매일신문

사설-與野 TV토론, '시시하다'

여야의 경선 후보 TV토론이 겉돌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강력한 후보 경쟁자인 이인제.노무현 후보간에 이념논쟁은 시시콜콜 벌이면서도 막상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들이 각종 의혹 사건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사실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으니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아들의 비리 관련 의혹이라면 전국민적 관심사다. 그런만큼 대선 경선후보답게 당당하게 진상을 밝혀내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막아내겠다고 다짐하고 토론하는게 순리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대해서 한 후보가 "현 정권임기중 마무리"를 주장했을 뿐 나머지 두 후보는 어물쩍 넘기는 모습이니 이런 토론이 왜 필요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혹시 현직의 대통령 눈치보느라 국민 앞에 시원한 말 한마디 못하는 터수라면 이런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의 대선결과는 그 앞날이 뻔하다 할 것이다.

토론이 맥빠지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11일 밤 토론에서는 "이회창 총재님"의 호칭이 등장하나 하면 형님 먼저 아우 먼저식의 발언으로 아예 '총재단 회의'라는 비판마저 받더니 12일에는 이를 의식, 측근 정치를 나무라는 등 다소 치열해졌지만 여전히 느슨했고 무엇 때문에 토론을 하는지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난제가 산적한 이 나라의 야당후보로서 집권하겠다는 정치지도자의 자세인지 한심스럽다. 무엇보다 경선후보들은 대북정책이나 의약분업, 교육정책 등에 대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지적하고 자신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진지한 자세가 있었어야만 했다.

더구나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꺾인것은 호화빌라와 며느리 원정출산, 아들 병역문제 때문이었던만큼 이에 대한 지적은 '당당한' 경선 후보에겐 반드시 필요한 '필살의 일탄'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모두 그냥 넘겼으니 이러다간 나머지 세 후보 모두 들러리란 혹평을 면할는지 의문이다.

경선후보 토론회는 민주.한나라당의 후보 지명을 위한 절차인 동시에 국민이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인 것이다. 시시하다는 소리를 더이상 안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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