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실각하고 과도정부가 출범했다. 총파업과 유혈시위가 계속돼온 산유국 베네수엘라 사태가 급변하자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차베스 실각, 과도정부 출범=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12일 에프라인 바스케스 벨라스코 육군참모총장과 호세 비센테 랑헬 국방장관 등 군 고위 장성들의 사임압력에 굴복, 중도 퇴진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퇴진하자 페드로 카르모나 상공인연합회장이 민간 및 군측의 합의에 따라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지명돼 취임했다.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는 이날 오후 출범식을 갖고 1년내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고 총선은 오는 12월까지 실시하겠다는 정치일정을 제시했다. 과도정부는 또 총파업사태를 촉발시킨 차베스 전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 낙하산 이사진 임명조치를 철회하고 기존 이사진을 복귀시켰다.
한편 베네수엘라 군부는 중도퇴진한 차베스 전 대통령의 쿠바망명 요청을 거부하고 카라카스 군항 포트 티우나에 억류했으며 수일내 카라카스 남쪽 25㎞ 떨어진 라모베르데 군형무소로 이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베스 전격 사퇴 배경과 전망=지난 99년 12월 대선에서 좌익계 민족주의자를 자처하며 빈민층과 노동자 계층의 압도적인 지지속에 당선됐던 차베스 대통령은 집권 3년만에 중소기업인과 기득권층은 물론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노동계층과 일부 빈민층마저도 등을 돌려 실각했다.
이번 총파업과 중도 사퇴의 촉매 역할을 한 국영석유회사(PDVSA) 새 이사진 임명에서 드러났듯 그는 지금까지 정부 및 국영기업의 요직에 자신과 가까운 군부출신 인사 및 현역장교들을 임명하면서 불만의 싹을 키워왔다. 또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노조단체가 반정부 세력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사회혼란이 서서히 고조됐다.
게다가 지난해 의회의 입법절차없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부여되자 49개의 사회주의적 개혁법을 발표, 기득권층이 결정적으로 차베스 정권에 등을 돌리게 했다. 이밖에 국제 원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적자 심화, 경제악화, 범죄증가, 미국과의 관계 악화와 쿠바와의 친교, 최근에 불거진 콜롬비아 반군단체 지원문제 등으로 그에 대한 지지율은 집권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차베스 대통령이 퇴진했으나 향후 국정을 이끌어갈 인물이 마땅치 않아 정국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빈민층의 지지가 여전해 향후 베네수엘라 정국 전망 또한 예측이 어려운 실정이다.
◇유가 급락=이날 차베스 대통령의 사임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5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1.52달러가 내린 23.4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또 런던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분도 배럴당 64센트 하락한 24.40달러에 끝났다. 이같은 개장가는 3주만에 최저치다.
유가가 급락세를 보인 것은 차베스 대통령 사임 이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의 가동이 정상화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쿼터량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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