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의 젖줄 금호강 맑은 물이 흐르는 영천시 금호읍 황정리 황정들판. 금호읍사무소 맞은편 군도 9호선을 따라 3km쯤 달리면 관정리 마을 표지판을 지나 대구선 철도 봉정역 못 미친 곳에서 농로와 맞닿는다.
이곳에서 황정들판 한복판을 600여m 길게 가로 지른 좁은 시멘트 농로를 따라 금호강 제방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때묻지 않은 자연의 풍광이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천변을 뒤덮은 수만평의 갈대밭. 갈대밭을 지나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병풍처럼 둘러처진 암벽 아래 푸른 금호강이 흐른다. 바로 이곳이 영천의 자랑거리인 노랑어리연꽃 군락지다.
최근 이곳을 찾았을 때 누렇게 마른 갈대들이 숲을 이루었고 푸른 강물 속에서는 노랑어리연꽃들이 한창 자라고 있었다. 노랑어리연꽃은 우리나라 늪과 강에 자생하는 다년생 수초로 높이는 1m 안팎, 물속에서 비스듬히 자라며 꽃잎은 밝은 황색을 띠고 있다.
금호강 노랑어리연꽃은 5월에 꽃이 피기 시작, 6~8월에 절정을 이루고 10월까지 꽃이 핀다. 황정리 금호강 지류에서 노랑어리연꽃이 발견된 것은 지난 1996년. 연례적으로 금호강에서 환경순찰을 하던 대경습지보전연대에 의해서다.
그러나 노랑어리연꽃이 금호강 하천을 뒤덮을 만큼 군락을 이룬것은 2000년 접어들면서부터. 이때부터 환경단체 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경습지보전연대 이상원(48)위원장은 "노랑어리연꽃이 이곳처럼 대규모 군락을 이룬 곳은 전국에서 드물며 여름철 절정기가 되면 수만평의 갈대밭, 붉은꽃이 만개한 높고 낮은 암벽들과 함께 푸른 하천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게 하고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금호강 노랑어리연꽃 군락지 주변의 하천바닥 수만평은 비가 많은 여름철이면 습지로 변하고 겨울철에는 고니떼가 서식하는 천혜의 생태공원"이라며 "이 일대를 중심으로 환경보전과 생태계 조사, 생태공원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이 대학 및 환경단체 전문가들로부터 생태공원으로서 보존가치가 큰 곳으로 지적됐는데도 불구하고 영천시의 방치로 날로 훼손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낚시꾼들이 쓰레기를 버려 주변환경을 더럽히고 심지어 낚시에 방해가 된다며 물속 노랑어리연꽃을 꺾어 없애는 일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비닐 조각, 음식찌꺼기 등 하천변 곳곳이 쓰레기로 오염되고 인근에는 수천마리 돼지와 소를 사육하는 축사도 있다. 또 금호읍내에서 이곳까지 연결되는 길이 편도 1차로의 비좁은 군도와 농로여서 교통이 크게 불편한데다 승용차가 마땅히 주차할 공간이 없다. 짚차만이 제방을 타고 통행이 가능할 뿐.
영천시는 노랑어리연꽃이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수십억원을 들인 인위적인 대도시 생태공원보다 여건이 뛰어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작년부터 노랑어리연꽃 군락지 보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천시 김중하 공보담당은 "군락지를 생태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진입로와 주차장, 화장실, 조망대 등 편의시설 마련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예산문제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영천의 아름다운 자연을 홍보하는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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