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화계의 관심은 세계적인 비디오작가 백남준에게 쏠려있는 것 같다. 경기도가 지난 8일 도예산 67억원을 들여 2004년까지 신갈에 '백남준 미술관'을 짓겠다고 발표한 탓이다.
이에 대한 여파로 지난 99년부터 대구에서 추진중이던 '백남준 미술관'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물 건너간게 아닌지…" "추진에 타격을 주지 않을지…" 등등. 그 당시 지역에 '백남준 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2천여명의 시민들이 개별이나 단체를 통해 후원금을 냈고, 80여명의 미술인들이 기금모금 전시회에 자신의 작품을 스스럼없이 기증했던 기억 때문.
이를 주도해온 (사)백남준후원회 추진위원장 한은미(42.김천대)교수는 11일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백남준미술관 건립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한씨는 오는 11월말 수성구 범어동에 새로 입주하는 KBS대구방송총국 1층 로비에 자신이 수집해놓은 수십점의 작품으로 백남준미술관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해왔다.이에 대해 KBS관계자는 "역대 대구총국장들과 여러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한씨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선 확실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씨는 경기도의 건립 발표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지난 99년 백남준씨에게 국내에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받아 변호사 공증까지 받아놓은 상태"라면서 "조만간 임창열 경기도지사와 만나 진위 여부를 확인한 후,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대구의 백남준미술관 건립 계획이 지난 99년 출발 당시에 비해 상당히 비틀거리고 있다는게 미술계의 중론. 백남준씨가 당초 약속과 달리 작품구입 등에 제동을 걸고 있는데다 지역민들의 호응이 생각보다 대단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
한씨는 최근 사석에서 "후원회원의 숫자는 많지만 후원금이 1억원에 채 미치지 못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혼자 뛰는 것이 힘에 부친다"면서 "대구시립미술관이 건립되면 백씨의 작품을 기증하는 것으로 끝내고 싶다"고 심정을 밝힌 적도 있다. 한씨는 90년대 뉴욕에서 백씨의 작업에 참여하면서 오랫동안 백씨와 친분을 맺고 미술관 건립을 준비해왔다.
미술관계자들은 어떤 행태로든 지역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안겨줄 백남준미술관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건립장소, 진행과정 등 추진 계획이 맘에 차지 않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시민.미술인들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라면서 "백남준미술관의 건립 여부는 시민들의 문화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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