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점상 단속 제자리 걸음

대구시와 각 구청이 월드컵 등 각종 국제행사에 대비, 지난해초부터 대대적인 노점상 단속에 들어갔지만 단속 1년이 지나도록 실효성 없는 술래잡기만 거듭하고 있다.단속에도 불구, 신규 노점상이 급증하고 있고 생계형 노점상들은 구청이 무차별 단속을 벌여 영세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가 파악하고 있는 지역 노점상 숫자는 3천800여개. 이중 상당수가 단속을 통해 정비되고 빈자리엔 다시 새로운노점상이 들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구청은 지난 2월부터 단속을 강화, 서구청의 경우 단속인원을 16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1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6인승 단속반 승합차까지 구입했다. 달서구청도 단속인원을 20명에서 24명으로 확충했고 북구청은 산소용접기, 절단기 등의 단속장비를 보강했다.

타 구청도 지난달부터 밤 12시까지 야간단속을 실시하는 등 경쟁적으로 단속시간을 늘리고 있다.대구시 달서구 죽전동 죽전네거리에서 서구 이현동 이현삼거리 부근 도로. 인도 양쪽으로 10여개 차량 노점상이 늘어서서 인형, 신발, 낚시용품, 체육복, 자동차용품 등을 팔고 있는 곳이다.

수성구에서 인형 노점상을 하다 단속을 피해 이곳으로 옮겨 왔다는 김모(43)씨는 "구청단속에 걸려도 2번까지는 경고장만 받고 과태료를 낼 필요가 없다"며 "이곳 노점상들은 다음번 단속으로 과태료를 내야 할 경우 다른 구로 옮겨 다니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서구 비산동 큰장 네거리 대로변. 역시 20~30명의 노점상이 꽃, 떡, 과일, 붕어빵, 호도과자 등을 팔고 있다.

5년째 붕어빵을 판다는 이모(45.여)씨는 "구청 공무원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시장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지만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다시 대로변으로 나왔다"며 "외국인들에게 잘 보이려고 영세민들의 생계를 외면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청 한 관계자는 "생계형 노점상과 달리 전체의 50%에 해당하는 노점상들이 세금도 내지 않고 해마다 수천만원씩 부당이익을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생계형 노점상에 대해서는 취로사업 알선, 영업자본 지원 등을 고려중"이라며 "월드컵을 계기로 불법 노점상을 뿌리뽑자는 것이지 외국인에 보여주기 위해 단속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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