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아까지 세식구 모두 생환

김보현(26.안동시 용상동).라히모바 아지자(23.우즈베키스탄 출신)부부는 병상에 나란히 누워있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함께' 살아돌아온 부부. 이들은 자신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꾸만 상대방의 상처를 걱정하며 "괜찮냐"는 물음을 멈추지 않았다.

"회사(LG화재 안동영업소)에서 우수사원으로 뽑힌 직원들에 대해 중국 연수를 실시, 이 행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다른 직원들과 달리 저는 아내와 동행을 했죠. 아내를 데리고 떠난 여행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길지 꿈에서나 상상했겠습니까"

사고 직후 병원으로 실려와 치료를 받을때 걱정은 더욱 많았다. 비록 아내가 살아있었지만 또다른 걱정이 일었던 것. 김씨의 아내는 임신 7개월이었다.

행운은 한꺼번에 찾아오는 것일까. 검사결과는 아이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사고 순간을 떠올리면 아찔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씨의 경우, 다른 승객과는 달리 불안감이 컸다는 것.

비행 내내 흔들림이 심해 주위의 어린 아이들이 구토를 했고 자신도 정도가 심할 정도의 흔들림을 느꼈다는 것이다."아내의 고향이 우즈베키스탄이어서 이 나라 비행기도 자주 타봤지만 이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안전에 심각한 문제점을가지지 않았었나 생각됩니다"

김씨는 추락 직후의 충격에 기절을 했다가 깨어났다. 옆자리의 아내는 울고 있었고 비행기안은 아비규환. 얼른 아내를 구조한 김씨는 함께간 회사 동료들의 구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함께 간 여직원(43)이 살려달라며 애원했어요. 아무리 끌어당겨도 움직이질 않았죠. 동체에 하체가 깔려 있었습니다. 제 힘으로 결국 구조를 못했어요" 김씨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얘기하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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