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이야기-추상작품 감상 포인트

추상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관람객 몇명이 주위 눈치를 살피며 소근거리고 있을 때는 반드시 이런 얘기를 한다고 보면 옳다. "이거 그림 맞아?""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작가에게는 이만저만한 실례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듣는 얘기임에 틀림없다. "팔다리가 없거나 아무렇게나 붙어 있기도 하고, 뭔지 모를 이미지를 잔뜩 그려놓기도 하고, 아니면 무슨 벽지마냥 줄만 몇줄 그어있기도 하고…".

솔직히 형체가 아예 없거나 불분명한 작품을 대하는 관객들의 거부감은 의외로 강한 것 같다. 미술을 조금이라도 알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꽤 많은 이들(특히 대구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대중들의 무식(?)과 '국내 문화수준'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사람들을 계도하고 이끄는 것은 미술계나 작가들의 몫이 아니겠는가.

사실 지역에서 현대미술이 대중화되지 못한 데는 작가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전시장에 가보면 동료나 선후배에게 어필하려는 듯한 작품만 전시해 놓았을 뿐, '으레 찾아오지 않을' 대중을 위한 배려는 일절 없다. 제목이나 작품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붙여놓지 않아,설령 일반인들이 찾아와도 '작가의 고매한(?) 정신세계'만 슬쩍 느끼고 돌아설 뿐이다.

어쨌든 가장 필요한 것은 관객들이 추상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기자가 미술평론가에게 한번 물어봤다. "추상미술을 어떻게 감상해야 합니까?" 그는 "작품을 직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림으로부터 받는 느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추상작품이라고 해서 작가가 제멋대로 그리지는 않는다.

작가는 자신의 상상, 이미지의 왜곡 같은 주제를 택해 화면을 효율적으로경영하려 하는 게 보통이다. 관객은 작가가 표현하려는 의도를 파악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감상의 포인트다.

상당수 관객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구상(具象)작품과 추상미술을 비교하려는 습관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추상미술을 감상하려면 이런 선입견을 버리는 게 좋다.추상작가는 아니지만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와 그의 아틀리에를 방문한 한 부인과의 에피소드는 괜찮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오른팔이 유난히 길게 그려진 여인상을 본 부인. "내가 남자라면 당신 작품속의 여자와는 차 한잔도 안 마실겁니다. 사람도 아니고 웬 괴물이라니…" 마티스 왈(曰). "부인, 잘못 보셨군요. 이것은 여자가 아니라 그림이랍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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