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장애인 영화를 보다

"감은 눈 너머로 펼쳐지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함께 체험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17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효목도서관에는 시각장애인 80여명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모였다. 이름하여 '두눈감고 영화보기'.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영화모임 'YOU & I'가 시각 장애인들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 마련한 것.

비록 화면은 보이지 않지만 나레이터의 줄거리, 장소.장면 전환 설명, 해설, 대사 더빙 등이 곁들여진 이날 두눈감고 영화보기에서 상영된 영화는 '어둠속의 댄스'.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모자의 역경과 시련, 그리고 사랑을 그린 작품이어서 감동을 더했다.

장애인 허경호(22.대구시 동구 방촌동)씨는 "가끔 영화를 볼때마다 나레이션의 필요성이 간절했는데 이번 영화가 외국영화였음에도 나레이션덕분에 감상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며 "요즘 젊은세대 시각장애인들은 영화감상 등 취미활동을 많이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이곳을 찾은 비장애인 이남원(11.대구시 동구 신천동)군은 "눈을 감고 듣기만 하려니 답답하고 힘들어10분을 넘기지 못했다"며 "오늘은 정말 좋은 영화를 감상해 신이 났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작은 소망은 영화관에서 마음편하게 제대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 따라서 좌석에 이어폰 등을 설치, 나레이션을 들을 수 있도록 영화관측에서 배려해 줬으면 하는게 영화를 좋아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바램이다.

'YOU & I' 이수화(38) 회장은 "모임을 만들때 주변에서 '보지도 못하는데 소리만 들어서 무슨 영화를 보느냐'는 등의 얘기를 듣고 힘이 빠졌지만 시각장애인도 영화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월 2회 이상 장애인들이 영화감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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