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자히르(87) 아프가니스탄 전 국왕이 29년에 걸친 이탈리아 망명생활을 끝내고 18일 마침내 역사적인 귀국길에 오르면서 아프간의 왕정복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자히르 전 국왕의 귀국으로 전쟁으로 피폐된 아프간이 안정을 회복하고 종족간 통합을 이룩할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자히르 전 국왕과 전날 로마에 도착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과도정부 총리 및 각료 6명을 태운 이탈리아 군용기는 17일 자정(현지시간)직후 로마 교외에 있는 프라티카 디 마레 군공항을 이륙했다.
평소의 공식적 복식 대신 갈색 가죽재킷과 모자차림의 자히르 전 국왕이 비행기에 오를 때 공항주변 상공에서는 헬리콥터가 선회했고 검은 스키 마스크를 한 특수요원들이 주변을 순찰하는 등 철통같은 보안조치가 취해졌다.
카르자이 아프간 과도총리는 앞서 "자히르 전 국왕의 귀국으로 아프간에 안정과 평화가 증진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으나 자히르 전 국왕은 "귀국하더라도 왕정을 회복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많은 아프간인들은 그가 23년간에 걸친 전쟁과 빈곤, 종족간 분열 등으로 황폐화된 국가를 통합하고 안정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어 왕정복귀론이 조심스럽게 대두하고있다.
자히르 전 국왕은 6월 종족 지도자들과 기타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종족 원로회의 '로야 지르가'를 소집, 다음 총선 때까지 국정을 맡을 과도정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한편 압둘라 압둘라 외무장관은 17일 자신이 이끌고 있는 현 과도정부의 강력한 파벌인 북부동맹의 자미아트는 장차 구성될 의회가 동의한다면 왕정 회복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자히르 전 아프간 국왕=약 30년에 걸친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하는 모하메드 자히르 전 국왕은 굴곡의 역사를 가진 아프간에서 평화로운 시기를 이끈 진보적 지도자다.
자히르 전 국왕은 지난 20년간 전쟁으로 얼룩진 나라를 다시 추스를 '국부(國父)'로 떠오르고 있으며 아프간 최대종족인 파슈툰계다. 그러나 그는 "왕이 아닌 국민의 종의 자격으로 아프간에 돌아가길 원한다"고 밝혀왔다.
1933년 나디르 샤 부왕의 죽음으로 19세에 왕위에 오른 자히르는 40년간에 걸친 통치기간 동안 입헌군주제, 여성의 참정권을 도입하는 등 정치개혁을 실시했다.자히르 전 아프간 국왕은 그러나 1973년 7월17일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던중 사촌인 모하메드 다우드의 궁정 쿠데타로 왕위에서 쫓겨나 기나긴 망명생활에 들어갔다.
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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