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면접원 200명 소집.교육.업무독려 악역

그녀는 통통 튀었다. 이은순(27)씨. 에이스 리서치 소속 면접원 200명을 쥐락펴락하는 슈퍼바이저다. 면접원을 소집하고 교육하는 게 주 임무다. 연구원으로 입사했으나 전임자가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얼떨결에' 슈퍼바이저가 됐다. 그러나 적성에 '딱'맞아 2년째 슈퍼바이저를 맡고 있다.

슈퍼바이저가 관리하는 면접원들은 대부분 주부나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다. 개인적인 인맥을 총동원하고 각 대학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생들을 모집한다. 모집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면접원'으로 교육해야 한다. 조사 목적과 방법, 내용을 숙지시키고 기존 면접원의 시범을보고 배우도록 한다.

면접원들이 꺼리는 조사는 질문 문항 수가 많은 조사나 정치의식 조사다. 정치의식 조사는 응답자들이 욕설을 뱉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면접원들을 다독거려 조사를 무사히 마쳐야 한다. 면접원들이 그녀에게 붙인 별명은 '저승사자'. "기간내에 조사를 마치려면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는 수밖에 없어요.

정치 조사의 경우 무응답 비율이 50%를 넘으면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도록 해요. 전화를 끊어도 다시 걸도록 면접원들을 설득합니다"

그녀만의 '조사 노하우'가 있을 법하다. '경험상' 농촌인 경북지역의 조사는 비오는 날이나 황사가 몰려오는 날이 적기다. 또 일찍 잠자리에 드는 노인들이 많아 초저녁 이후엔 전화를 삼간다. 농번기엔 점심이나 저녁시간이 조사 타이밍이다.

지역별 특성도 다양하다. 경북북부 지역과 대구 인근 지역의 조사가 힘들단다. 경북북부는 '양반 동네'인 탓에, 대구 인근은 주민들이 거주지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어 제대로 응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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