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파일 이곳-선거 풍향계 여론조사 회사

올해는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정치의 해'이다. '정치의 해'인 만큼 정치인들이 바쁜 건 당연하다. 한데 요즘 정치인 못잖게 바쁜 사람들이 있다. 여론조사 관련자들이다.

특히 민주당 대선주자 예비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끌어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여론조사도 덩달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른바 '노풍'이 불면서 '음모론'이 꿈틀거렸고 각종 여론조사결과에 후보들이 일희일비하고 있다. '정치계의 풍향계', 여론조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뒤쫓아봤다.

지난 16일 오후3시 대구시 남구 대명6동 지하철 대명역 부근 에이스리서치(www.aceresearch.info) 사무실. 오전 단비가 내린 뒤끝이라 하늘은 청명했으나 후텁지근한 바람이 불어 평소보다 무더웠다.

20여명의 전화조사 면접원들이 두툼한 전화번호부와 씨름하고 있었다. 면접원들은 '영남권 대선관련 정치현안 조사'에 땀을 쏟았다. 외부 의뢰가 아닌 에이스리서치의 자체 조사다. 하지만앞으로 각종 대통령 선거관련 조사때 요긴하게 쓰일 자료여서 소홀히 할 수 없다.

20여개 문항은 지지 정당, 본인의 정치성향 외에 요즘 '뜨는 정치인' 노무현과 이회창, 박근혜 등 여야 대선 주자들에 관한 내용이주류를 이뤘다.

전화면접원 경력이 1년인 강은자(51)씨는 "전화 여론조사를 하다보니 상대방 심리파악에 도가 텄다"면서 "기존 정치인보다 정치의식이 훨씬 뛰어난 응답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우리 정치수준이 왜 이것밖에 안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밝혔다. 강씨는 "세태를 남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는데다 마케팅 조사때는 새로운 지식도 습득할 수 있어 면접원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전화면접원 일이 마냥 쉬운 건 아니다. 까다로운 응답자의 비위를 맞춰야 하고 하루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씨름하다보면온 몸이 결린다. 더욱이 단기간에 끝내야 하는 조사의 경우 주부들도 아침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하루종일 붙들려 있을 수밖에 없다.

면접원들을 교육하고 소집하는 슈퍼바이저 이은순(27)씨는 "남편들이 부인을 빨리 집으로 보내 달라고 전화하는 경우 제일 곤혹스럽다"고 소개했다.

같은 시각 전화면접원 사무실 옆 연구원들의 사무실도 마찬가지로 분주했다. 조사결과를 분석할 준비를 하는 한편 새로운 조사에 대비한 설문준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여론조사 준비 및 분석과정을 짚고 넘어가자. 맨먼저 설문지를 작성한다. 이어성별.연령별.지역별로 샘플링 작업을 하고 전화나 면접조사, 우편 혹은 e메일 조사 등 필드워크(field work)를 실시한다.

조사를검증하고 수치화한 뒤 컴퓨터에 수치를 입력하고 통계적 분석을 시도한다. 물론 통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최종 결과물인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야 작업이 끝난다.

이 중 필드워크를 제외한 모든 작업을 연구원이 맡는다. 때문에 연구원들은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으나 퇴근시간은 따로 없다.야근은 필수고 밤샘작업도 잦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지만 조사때마다 늘 시험치는 기분이라고 조재목 소장은 말한다. 특히 조사기간이길고 조사결과도 몇 달후에야 드러나는 마케팅 조사와 달리 정치조사는 조사기간이 2, 3일에 불과한데다 바로 결과가 밝혀지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단다.

내친 김에 올해 지방 선거에 대한 '전문가적인' 견해를 조 소장에게 부탁해봤다. 돌아온 답은 '원론적'이고 '사업가적'이었다. 대통령 선거전의 전초전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지겠으나 지역구도의 고착화로 지역에선 '재미없는 선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고작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직 단체장 출마지역 몇 곳에서 접전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었다. 조 소장은 "싸움이 치열해야 조사의뢰가 늘어날텐데경쟁이 시들하니 조사수요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훈 기획연구부장도 "지방선거는 과거보다 지역성향이 더욱 고착화한 행태를 보일 것 같다"면서 "대통령선거는 후보자에 따라 조금 다른 양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노풍'과 관련 "20, 30대 젊은 층의 투표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현재 여론조사 결과와 투표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응답자의 '도덕적 응답' 등을 걸러내는 판별분석 과정을 거쳐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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