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홍3 고스톱

요즘도 세상은 요지경이고 할 말을 잃는다. 자고 나면 무슨 무슨 게이트에다 대통령 아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언론매체를 온통 도배질하고 있다. 맏아들은 미국에 있고 둘째 아들이 몸담고 있는 무슨 재단은 잠정폐쇄한다는 소식은 또다른 주목거리의 제공이다. 웬일일까.

셋째 아들은 돈을 받았다, 안받았다로 출발하더니 마침내 소송(訴訟)과 관련해 야당출신 전(前) 의원에게 거액의 돈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져 사태(事態)는 가히 점입가경(漸入佳境)을 연상케 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있는 곳에 물이 고이는 것은 변치 않는 모양이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엔 가짜 양자(養子)가 '귀하신 몸'으로 전국 나들이 길에 나섰다가 매일신문에 특종(特種)을 안긴 일이 있었고 김영삼 대통령의 친자(親子)가 구속되기도 했었다. 권력자의 철저한 친인척관리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지금 셋째 아들에 쏠리고 있는 따거운 시선은 실정법상의 위법여부 이전의 처신(處身)에도 머문다. 유학생 신분으로 어떻게 10만달러를 건네줄 수 있고, 외가(外家)는 현금 동원능력이 대단하다는 쪽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弘)3'고스톱이 등장했다고 한다. 비리 연루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을 풍자해 만들어진 이 고스톱은 과거 정권때 나온 어느 고스톱보다 위력이 있는 것이라니 대통령 아들들의 '어떤 행동'에 대한 질책의 뜻도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홍단을 하면 그 판이 끝나며, 또 홍단으로 이기면 그 뒤 세판까지는 지더라도 돈을 내지 않는다는 게 '홍3' 고스톱의 방식이란다. 별볼일 없던 홍단패가 판을 싹쓸이하는 신종 고스톱 등장은 우리 정치상황의 풍자로 볼 수 있다.

▲종전에 유행했던 고스톱은 대부분 통치권자를 빗댄 것이었다. 전두환 고스톱, 최규하 고스톱이랄지 노태우 고스톱이 바로 그것이다. 통치권자의 아들을 풍자한 고스톱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홍3' 고스톱 등장으로 해서 'DJ 고스톱'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지난 90년대 중반쯤에 유행한 'DJ고스톱'의 방식은 고를 했다가 바가지를 쓸 경우 고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고스톱 발생을 보는 국민들은 절망감이나 허탈감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지도층 주변은 오해 소지가 없어야 하고 그 후 민초들에게 선(善)을 권해야 올바른 몸가짐이다. 참으로 국민들에게 권선(勸善)할 정치인은 몇명이나 될까.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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