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설훈 의원이 19일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가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을 통해 이회창 전 총재에게 2억5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설 의원 발언의 진위여부가 가려질 경우 정치권에 미칠 여파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설훈 의원 주장=설 의원은 이날 당사에게 기자회견을 갖고 "최씨는 지난해 12월 이 전 총재 측근인 윤 의원 자택에서 '이 총재에게 전해달라'며 현금을 전했고 두 사람과의 대화내용은 녹음됐으며 녹음 테이프는 현재 최씨 측근이 보관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말 최씨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이 전 총재간 면담을 주선했으며 이 전 총재 방미 시에는 한인옥씨에게 바버라 부시(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모친)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씨가 이 전 총재의 장남 정연씨와 친분을 유지하며 용돈까지 건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설 의원은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는 증인과 증거 모두 있으며 한나라당이 부인하면 증인이 직접 나타날 수도 있다"며 "내주초 이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응=한나라당은 이같은 의혹을 일축하며 신경식·윤여준 의원의 이름으로 19일 저녁 설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일 오전에는 밤샘 농성을 벌였던 이재오·박혁규 의원 등 수십명의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의 설 의원 사무실을 찾아 "녹음테이프와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재오 총무는 "민주당 함승희 의원과 설훈 의원에 의해 자행된 대국민 사기극은 그들의 음모가 얼마나 추잡하고 더러운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며 "덮어씌우기, 물타기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이 전 총재는 19일 "사실무근이다. 야당 후보인 본인을 죽이려고 하는 것에 분노를 넘어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경선차 제주에 체류중인 이 전 총재는 "이 정권이 임기말이 가까워질수록 미친 듯 허위사실을 만들어 모략하고 있다"며 "전혀 사실무근이며 날조 조작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 의원도 "최씨를 6, 7회 정도 여의도와 집부근 커피숍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돈을 받은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과거 공직에 있을 때부터 잘아는 사람이 '최씨가 미국에서 발이 넓다'고 소개해 지난해 늦여름께 만났고 최근에는 홍사덕 의원의 서울시장 경선을 돕다가 홍 의원이 중도하차하자 찾아왔었다"며 "녹음테이프가 있다면 공개하면 될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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