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傳統的)인 커뮤니케이션은 흔히 대화, 대담, 연설, 편지, 대자보(大字報) 등을 일컫는다. 이런 의사 표현은 현재 가계적인 복제 및 전파수단에 의해 널리 전달되고 오래 저장된다. 기계적인 복제의 대표적인 매체는 신문이라 할 수 있고 전파수단의 대표적인 언론 형태는 아직까지는 TV가 아닌가 싶다. 신문의 특징은 널리 알려진 대로 보존성이나 휴대성이 뛰어나다. TV는 무어니 해도 동영상(動映像)과 소리를 실어 보내기 때문에 오락성이 어느 매체보다 앞선다.
▲지금은 한물 간 이론이지만 송신자 즉 TV가 보내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탄환(彈丸)이론'이 있다. 종전에는 곧잘 TV의 폐해(弊害)를 말할 때마다 등장했었다. 수용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라디오는 메시지를 듣는 동시에 다른 작업도 가능하지만 TV는 켜는 순간부터 눈을 다른 쪽으로 돌리지 못하는 일방통행의 '강제 시청'으로도 볼 수 있다. TV를 보는 것 외에는 다른 동작이나 사고(思考)까지도 막는다.
▲다음주(22일~28일)부터 미국 전역에 걸쳐 TV끄기운동이 시작된다고 한다. 미국의 'TV끄기 네트워크'가 전세계를 향해 보내는 메시지는 "TV를 끄면 생각하고, 독서하고, 창조하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는 사유(思惟)의 권유다. TV 볼 시간에 가족끼리 대화의 폭을 넓히고 지나온 생활이나 앞으로의 진로(進路)에 대한 반성과 고민하라는 촉구이기도 하다. 미국은 하루에 가정에서 TV가 켜져있는 시간이 7시간40분이나 되고 부모가 청소년 자녀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주(週)당 38분정도라고 한다.
▲우리의 사정도 미국과 별로 차이가 없다. TV가 켜져있는 시간이 6시간쯤 되고 하루 평균 3시간37분을 TV시청에 소비한다는 최근의 통계가 있다. 서울 YMCA 등 여러 단체가 지난 93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7월7일에 텔레비전을 끕시다'는 운동은 TV폐해에 대한 경고를 넘어선 몸부림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TV중독증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위기의식의 확인이기도 하다. 프로 개편때마다 '양질의 TV'를 내세우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생각이다. 역시 TV는 '바보상자'인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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