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관용 총재권한대행의 22일 기자회견은 현 비리정국과 정치적 난맥상이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운영 잘못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는 것과 동시 연말 대선을 겨냥한 주도권 장악을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세 아들이 연루된 일련의 비리 의혹 즉 '홍삼(弘三) 게이트'가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대단히 심각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구체적 요구사항인 김 대통령의 국정일선 퇴진과 내각 총사퇴, 비상내각 구성 등은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취해온 대여 공세 가운데 가장 초강수라는 점에서, 앞으로 정국을 대처하려는 한나라당의 전략적 자세와 공격 수위를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 주변의 비리와 추문이 끝을 모른 채 확산되는 것을 계기로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대선 정국을 끌고 나가려는 계산인 것이다. 여기에는 현 비리정국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유리하게 업고 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한 것 같다.
이와 함께 현 정권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면전을 통해 '이회창 대 노무현'이라는 식의 대선 구도를 뒷전으로 밀쳐내고, 싸움의 상대를 노 후보가 아닌 김 대통령으로 함으로써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법 한 것이다.
박 대행은 이날 "현 정권, 현 내각은 더이상 국가를 이끌어 갈 최소한의 권위와 존엄, 국민적 신뢰마저 모두 잃어버렸다"며 "우리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 탄핵소추 발의와 정권퇴진운동으로 투쟁수위를 옮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대통령 일가의 비리의혹에 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결연한 의지를 갖고 원내.외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박 대행은 이어 '대통령의 국정일선 퇴진 요구가 대통령 하야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권력비리를 파헤치기 보다 은폐하기 때문에 국정에 손을 못대게 해야 하며, 대신 중립내각이 모든 국정을 도맡아 달라는 정치적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 일가 비리와 은폐사건의 총본부가 청와대임이 드러난 만큼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팔호 경찰청장을 파면하고 이근식 행정자치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경훈 부대변인은 "위로는 사정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에서부터 아래로는 8급 기능직 청소부에 이르기까지 해괴한 범죄를 저질렀지 않은가"라고 전면 공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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