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 대출 미혼자 기피 청년실업자 '창업 봉쇄'

"단지 총각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꺼리면 빈손으로 어떻게 창업을 합니까. 사업성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올해 초부터 창업을 결심한 정명훈(27·안동시 용상동)씨.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석달을 뛰어 다녔던 정씨는 요즘 실의에 빠져 있다. 은행 창구마다 '미혼이고 이렇다할 소득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대출이 곤란하다'는 말만 들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그는 오랫동안 취업을 갈망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시내에 조그마한 가게를 내기로 마음먹고 창업자금을 구하러 뛰어 다녔지만 창업도 취업만큼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는 기막혀 했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김영철(28·안동시 태화동)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취업에 실패한 친구 3명과 힘을 합쳐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안동찜닭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으나 장사 밑천 마련에 실패, 이젠 창업 시기마저 놓치고 말았다며 낙심하고 있다.

이처럼 미혼인 청년 실업자들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대출 냉대는 오랜 관행. 은행마다 미혼자이면 점수를 깎아 내리는 신용대출 규정을 정해 두고 사실상 대출을 봉쇄하고 있는 통에 청년 실업의 돌파구로 창업을 권유하는 정부의 실업정책은 겉돌고 있다.

사금융은 아예 '기혼자 우대'라는 대출 광고를 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대구·경북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이뤄진 창업 및 자금대출 관련 상담 4만1천여건 중 미혼자들의 상담이 25%나 됐지만 실지로 지원된 총 498억여원의 창업자금 및 경영개선자금 중 총각 창업자들이 받은 사례는 전무하다.시중은행도 마찬가지.

안동농협의 경우 아예 총각 대출자가 없어 1천여건의 부실채권 중 미혼자가 채무자인 사례는 단 한건도 없는 실정이다.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들은 "이자 납입과 융자금 변제 등 대출금에 대한 책임감이 미혼자 보다는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기혼자가 상대적으로 높아 미혼자에 대한 대출 기피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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