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최총경 도피에 시나리오 냄새

최규선-김홍걸씨와의 '검은 돈' 의혹의 핵심열쇠를 쥔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미국 잠적은 최규선게이트를 미궁속에 처박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이후 엿새만에 홍콩 등 5개국을 누비며 뉴욕에 도착, 미국 공항당국의 비호(?)속에 달아나 버렸다.

최규선씨 밀항종용설 등 청와대 배후설까지 난무한 와중에 '김신조보다 빠르게'포위망을 뚫어버린 그의 007작전에서 우리는 구린내 진동하는 이 의혹의 해체작업이 '물건너 간 듯한'감(感)을 잡으며 동시에 그렇다면 '물건너 가게 만들 이유'가 무엇이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아들 김홍걸씨에게 수억대의 돈가방을 건넸다는 최규선씨의 검찰진술이 맞을 경우에 빚어질 'YS-김현철' 사태의 재발에 대한 걱정, 또 어떻게든 정권재창출을 통한 '노후 보장'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다는 생각이 청와대와 여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난마처럼 얽힌 이 실타래를 풀기위해 국민들이 가질 당연스런 의문이다. 연루된 자 모두의 희망사항일 수 있는 최규선·최성규·이만영비서관의 '삼자대질의 회피'는 최성규 총경만 없어지면 일단 성공인데, 그는 도피에 성공했다.

더구나 그의 미국도피에 미국당국이 개입한 의혹까지 불거져 자칫 국민적 대미(對美) 불신의 또다른 불씨가 될까 두렵다. 최 총경이 뉴욕공항에 도착한 20일 새벽 한국공관 관계자들과 우리경찰 주재관들이 8시간동안이나 진을 쳤지만 미공항 당국은 그를 6개월 체류허가와 함께 특별출구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우리측의 공식요청이 없었는데도 최 총경이 상세입국심사 대상자로 분류돼 특별보호되고 거꾸로 우리공관의 면담요청은 냉정히 거부한 미국측의 처사에서 무슨 '도피 시나리오'의 냄새가 읽히지 않는가? 어쨌든 현정권은 두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지금 서 있다.

이 국민적 의혹을 불식하려면 최성규 총경을 어떻게 해서든 불러들여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아니면 이 뜨거운 의혹을 끌어안은 채 대선을 치르는 엄청난 도박을 감행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 유종(有終)의 미(美)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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