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농촌의 가난한 이발소 의자에 걸터앉아

현판 위의 비들기를 바라본다

박제된 어린 비들기-

빨간 부리가 애처럽다

활짝 벌린 하얀 날개는 지금이라도 날 것 같고나

창경으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

거울 속으로 건너 보이는 파란 바다 하늘 바람

파-란 봄….

어린 비들기야 나는 너의 꿈을 동정한다

나는 너보다 더 큰 슬픔을 가졌다.

-김달진 '꿈꾸는 비둘기'

미당 서정주와 함께 '시인부락' 동인으로 활동한 시인의 1940년 출간 시집에서 가려 뽑은 시라서 맞춤법은 현대 맞춤법과는 다른 부분도 있지만 시의 내용은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을 준다.

박제된 채 이발소에 걸려있는, 더군다나 어린 비둘기를 보면서 시인은 훨훨 날고 싶은 꿈을 못 펴고 생활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슬픔을 되돌아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뜻있는 이의 족쇄 역할을 하는 게 생활인가보다.

김용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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