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어머니가 본 요즘 며느리들

어떤 사람이 좋은 시부모일까. "월요일 아침에 며느리와 아들이 사는 아파트 경비실에 일주일분 반찬을 갖다 두고, 전화도 하지말고 그냥 가는 시어머니.

연금을 들어 당신의 용돈은 물론이고 손자 손녀가 진학할 때 등록금을 보태줄 수 있는 시아버지". 서울의 한 대학교가 기혼, 미혼에 관계없이 젊은 여성들에게 물어 만들어낸 '가장 좋은 시부모상'이다

지금 시어머니들은 며느리 시절 경로효친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젊은 며느리들의 관심영역엔 부부와 자녀가 있을 뿐이다. 60세 이상의 시부모들에게 며느리 눈치가 보일 때나 며느리가 미울 때를 물었다.

♣며느리 눈치를 볼 때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옷을 입고 외출할 때나 새로 옷을 장만했을 때. 손자를 보살피다 잘못해서 다치거나 아이들이 늦게까지 집에 오지 않을 때, 또 부득이하게 외손자를 봐줄 때, 시어머니들은 며느리 눈치를 살핀다.

며느리보기 민망한 일은 또 있다. 딸이 산후조리를 하러 왔을 때, 시집간 딸이 친정에 자주 찾아올 때가 그렇다. 몸이 아파 한약을 지어먹이고 싶지만 보약같이 느껴질까 봐 웬만해서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말한다.

공원이나 노인정에서 만난 많은 시부모들은 일부러 낮에는 집을 비운다고 말한다. 남편, 아이 뒤치다꺼리에 지친 며느리가 낮잠 자는데 방해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며느리의 편안한 휴식을 위한 시부모들의 낮외출은 노인들 사이에 묵계처럼 자리잡혀 있었다.

♣며느리에게 서운할 때

외출했다가 저녁때 들어가면 "식사하셔야죠?" 라고 묻는 대신 "벌써 저녁 먹었는데…식사는 어떻게?"라고 묻는다. 웬만한 시부모들은 며느리의 귀찮아하는 얼굴빛에 눌려 저녁 안 먹었다고 말하지 못한다.

반찬을 모조리 제 남편과 아이 위주로 만들 때도 며느리가 못마땅하다. 하루 한끼라도 된장찌개, 나물반찬을 먹고 싶은데 밥상에 오르는 것은 죄다 소시지, 햄, 카레라이스 따위이다.

♣며느리가 미울 때

제 남편이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안다. 30년 안팎을 애지중지 키웠는데 그 부모는 조금도 배려하지 않을 때 밉다. 요즘 사위들이 처가에 하는 것만큼은 했으면 좋겠다. 나이를 그만큼 먹는 동안 노후 대책도 안 세워놓고 뭐했냐고 며느리들끼리 수군거릴 때는 밉다못해 눈물이 날 지경이다.

또 아들이 며느리 몰래 선물이나 용돈 좀 준 걸 뒤늦게 알고 며칠씩 뾰로통한 얼굴로 대할 때, 그럴 땐 '아들 둔 죄'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시부모들은 넋두리한다.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바라는 것

결혼 전 생활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시집의 풍습을 익히려고 노력해달라. 알아도 때로는 모르는 척 좀 져달라. 가족에 관한 일은 절대 전해들은 이야기로만 오해하거나 감정을 앞세우지 말라. 외식 등 가족 행사에 좀 끼워달라. 적더라도 정기적으로 용돈을 좀 달라.

시부모와 며느리의 갈등에 대해 최외선 교수(영남대학교 가정관리학과)는 시부모 세대들이 자기계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들로부터 심리적인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며느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먹지도 않을 반찬을 해나르거나 마음에 들어하지도 않는 아이들 옷, 장난감을 사주지 말라고 조언한다. 차라리 자녀 부부가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손자, 손녀를 봐주는 편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면죄부는 옳지 않다고 덧붙인다. 제사, 명절, 시부모 생신 등 가족의 일체감과 관련된 일은 바쁘더라도 참여를 유도해야 상호 이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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