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삶-치매가족협회 대구지부

치매를 흔히 '황혼의 늪'이라고 말한다. 노년기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한국치매가족협회 대구지부(지부장 이상권)의 존재를 아는 이도 드물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 건들바위 네거리 운경재단 곽병원부설 노인복지센터 어르신마을에 치매가족협회 대구지부가 둥지를 틀고 있다. 1999년 11월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을 돕고 치매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문을 열었다.

전체노인의 8.3% 고통

우리나라 전체 노인인구의 약 8.3%인 30여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구도 1만여명의 노인이 치매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관계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보고에 따르면 치매환자의 빈도는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10% 내외를 차지하며 연령이 5세 증가함에 따라 그 빈도가 약 2배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치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그리 곱지 않다. 치매환자의 가족들도 쉬쉬하고 숨길 정도.

치매가 암이나 다른 병처럼 노인성 질환임에도 모두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부끄러워 한다. 이런 이유때문에 치매가족협회 활동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치매가족들의 협회 활동 참여는 아직 높지 않다.

상담.홍보.노인구조 등 활동

비영리단체인 치매가족협회는 치매상담전화(053-421-0881) 운영과 치매가족교육 및 치매가족자조모임 주선, 치매에 관한 시민캠페인과 홍보, 사회교육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또 치매로 거리를 배회하는 노인들을 구조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치매환자의 인적사항을 등록하고 일련번호를 새긴 치매노인 실종예방용 은팔찌를 무료로 보급, 가출 치매환자에 대한 신고가 들어올 경우 이를 확인해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난달 25일 협회는 운경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대구지역 치매 시민강좌를 개최했다. 치매가족과 관련시설 종사자, 학생, 시민 등 250여명이 참석해 치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치매의 심각성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협회는 '세계 치매의 날'(매년 9월 21일)과 대구 노인전문병원(수성구 욱수동) 개원에 맞춰 오는 9월 치매관련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

"남편은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리곤 했다. 그러나 내 이름조차 잊어버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한 치매가족의 말처럼 누구나 치매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협회 실무를 맡고 있는 권병현 실장은 "더 이상 치매를 부끄럽고 숨기는 질병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며 "치매로 의심될 경우 전문가와 즉시 상담을 통해 신속히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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