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 제1차 투표 중간개표 결과 우파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1, 2위를 달리면서 좌파인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다음달 5일 제2차 결선투표는 시라크 대통령과 르펜 당수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이나 시라크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르펜 돌풍=프랑스 내무부는 전체 유효 표 중 3분의 2 이상을 개표한 결과 시라크 대통령이 19.52%, 르펜 당수가 17.41%의 득표율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조스팽 총리는 15.66%를 얻는 데 그쳤다고 21일 밝혔다.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 후보가 2차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스팽 총리는 다음달 결선투표가 끝나는 대로 총리직을 사임하고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투표 마감 직후 진행된 제2차 투표여론조사에서 시라크 대통령은 80% 가까운 지지를 얻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르펜 급부상 배경=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급부상한 이유는 심각한 치안불안으로 인한 이민반대 정서, 반 조스팽 기류 때문이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좌우파의 이념대결과 정책공방이 실종한 가운데 치안, 범죄예방이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됐다.
프랑스는 조스팽 총리가 집권한 후인 98년부터 범죄율이 올라가기 시작해 지난해 범죄 증가율이 약 8%에 달하는 등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전통적으로 범죄자 처벌보다 범죄원인 해결을 우선시하던 좌파적 정책 결과 범죄율이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상승한 것이다.
경범죄는 물론 집단 린치,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경찰이 범죄자의 공격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급기야 올해는 프랑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총기난사까지 일어나 시의원들이 몰사했다.
그러나 시라크와 조스팽은 범죄증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는 이들의 표를 의식해 언급을 삼가했다. 반면 르펜은 치안불안의 근저에 아랍계 이민자 급증과 이들의 높은 범죄율이 자리잡고 있다며 정면으로 공격했다.
◇프랑스 정국 충격 회오리=극우파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일으킨 돌풍은 그 동안 프랑스 정계를 지배해온 좌우 구도를 뒤엎은 '프랑스 정계의 대지진'이다. 이에 따라 제2차 투표 결과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21세기 들어 처음 실시된 프랑스 대선의 실질적인 승자는 르펜 당수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르펜 후보의 급부상은 프랑스 정계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몰고 왔으며 미약한 부분적 현상으로 치부됐던 프랑스내 극우파의 실재를 드러냄으로써 국제사회는 물론 프랑스 국민에게 경종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집권당으로 이번 대선과 함께 오는 6월 총선 승리가 유력했던 좌파의 미래도 일거에 불투명해졌다.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좌파 대선 후보들이 이번 1차투표에서 획득할 지지율 합계는 25%를 넘지 못하는 반면 르펜 후보와 다른 극우 브뤼노 메그레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좌파 지지율로는 사회당을 비롯한 좌파의 총선 승리가 어려우며 총선을 계기로 정계 판도의 대변화도 예상된다.
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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