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최규선씨로부터 거액을 받았다고 폭로한 민주당 설훈 의원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폭로시점인 지난 19일 당시 "2~3일내 공개하겠다"고 자신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22일에는 국회에 출근도 하지 않았다.
이날 자신의 국회의원 회관 사무실로 한나라당 의원이 떼지어 몰려가 녹음테이프 등 관련 증거자료 공개를 요구했지만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설 의원은 오후 늦게 민주당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어 "문제의 테이프가 있는 것은 확실하고, 그 공개를 위해 증인을 설득하고 있다"며 '공개임박'을 알렸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다.
일각에서 "잠적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자 설 의원측 보좌진은 "몸이 아파 모처에서 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제보를 받고 확인작업까지 거쳤다"며 호기를 부리고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국회에서의 발언도 마다하던 지난 19일과는 상황이 180도 역전된 것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와 김용균 법률지원단장은 23일 설 의원의 구속수사를 요구하며 검찰총장을 방문했다. 또 잇단 논평을 통해 설 의원을 몰아세웠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마구잡이 저질폭로전을 감행하던 위세는 어디로 가고 궁지를 모면하려 변명하는 추한 모습만 남아 안쓰러울 정도"라고 비꼬았다. 진선수 부대변인도 "DJ정권은 혀(舌)로 공(勳)을 세우려다 혀(舌)로 화(禍)를 부른 설훈설화(舌勳舌禍) 때문에 몰락을 자초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설 의원은 여전히 "최규선씨 측근이 테이프를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더 진전된 얘기가 나올 때 나서겠다"는 말도 흘렸다. 하지만 그 측근이 누구인지 당내에서조차 아는 사람은 현재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야당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으로 볼 때 정보 제공자가 국가기관일 것이라는 의혹까지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설 의원이 테이프 공개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설 의원이 끝내 공개를 하지못할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이 설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이상, 수사과정에서 녹음테이프 존재여부가 가려질 수 있을 것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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