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게이트의 수사상황을 아태재단 이수동씨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대웅 광주고검장이 검찰 소환당일인 어제 아침에야 고혈압증세를 핑계로 소환연기를 요청했고, 25일 출석요청에도 김 고검장이 확답을 피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는 왠지 주춤거리는 검찰과 깨끗하지 못한 김 고검장의 처신에 실망한다. 마치 검찰총장과 고검장의 힘겨루기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기밀 내부누설자가 당시 서울지검장이던 김고검장이라고 발표한 지 2주가 넘도록 사람 하나 못불러들여 주춤대는 상황은 마치 우리 축구의 고질병인 '문전처리 미숙'과 똑같다.
아태(亞太)의 이수동씨가 자백하자마자 전례없이 그날(9일) 야밤에 김 고검장의 혐의사실을 발표할 때만 해도 우리는 김 고검장을 당장 불러들일 줄 알았다. 그것이 22일 소환으로 늦춰졌고, 병을 핑계로 25일로 또 봐줬으나 올지 안올지 그날 가봐야 안다는 것이다. 그가 끝내 소환에 불응한다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모처럼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겠다는 검찰조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요, 그것은 곧바로 항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는 김 고검장이 고민을 털고, 차라리 사퇴후 깨끗하게 동료검찰에 나와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사실대로 밝히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수십년 몸담은 조직에 대한 애정이요, '물의 야기'에 책임지는 자세다. 이수동씨는 이미 김 검사장이 '형님걱정'전화를 했다고 인정했고, 이씨의 귀국당일에도 '형님혐의는 안 나왔다'는 귀띔의 정황까지 검찰이 포착했다는 것인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김 고검장은 검찰출두로 풀 일이다.
혐의를 받고있는 현직검사는 불응해도 그만이고, 힘없는 백성은 불려다니다 볼일 다 본대서야 법의 잣대가 어디 있는가? 소위 '도피 시나리오'의 의혹을 받고있는 최성규 총경의 해외도피에 대해서도 미적거리다 놓쳐버린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검찰이 고검장 소환에 주춤거린다면 "이명재검찰도 별 수가 없군"하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검찰은 날을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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