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문화와 대구비전 학술회의

"상화고택, 이상정 장군 고택, 서상돈의 집 등이 들어서 있는 대구시 중구 계산동 2가 84번지 일대를 역사문화 현장으로 보존하고 사적공원으로 지정해달라".

대구시가 생긴 이래 첫 문화청원운동이 5월중에 열리게 될 예정이다. 문화가 경쟁력인 21세기에 지역사회가 경쟁력을 갖추고 정체성을 확보하려면 상화고택과 같은 역사문화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는게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이 일대를 보존해달라는 문화청원운동이 상화고택시민운동본부에서 펼쳐지게 된다.

이와 더불어 상화고택보존문제와 대구시의 문화정책에 관련된 광범위한 문제를 대구시장 후보들에게 공개 질의, 시민권리로서 역사문화현장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게 돼 그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현안들은 지난 20일 사단법인 2.28 대구민주운동기념사업회(공동대표 홍종흠)가 엘디스리젠터호텔 2층 회의실에서 '지역문화와 대구비전'을 주제로 연 학술모둠회의에서 나왔다. 이날 회의는 한강이남의 최고 교육문화도시에서 문화불모지로 급전직하한 대구의 문화를 되살리려는 방안들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대구지역 역사문화와 대구정신'기조발제에서 안동대박물관장 김희곤 교수는 "전통시대 대구는 중앙에 대응되는 지방(주변부)으로 존재하는데다가 정보흡수마저 늦어서 중앙의 유연한 변화와는 달리 성리학을 핵으로 삼은 강력한 대의명분론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대구는 강한 원리주의에 바탕을 둔 보수성을 지니게 됐으며, 이런 보수성이 민족문제와 부딪힐 때 그 어느곳보다 강하고 끈질긴 저항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해방후 대구가 중소도시를 넘어 거대도시로 진행되면서 대구는 그 정체성을 잃어갔고, 지역출신이 장기군사독재정권의 핵심에 있으면서 이에 편승한 인물도 많다보니 대의명분과 저항성을 내세우던 대구정신을 찾을 길이 없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대구가 정체성 혼돈만큼이나 역사문화의 현장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면서 대구정신을 담아낼 박물관을 만들고 국채보상운동과 2.28을 잇는 제3의 혁명이 일어나야 할 때라고 결론지었다.

이어서 '역사문화 현장 보존의 의미와 대구 시민의 정체성-상화고택 보존운동을 중심으로'라는 발표에서 일제의 그 서슬퍼런 시대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같은시를 쓴 상화시인의 고택과 그 옆옆의 서상돈 국채보상기념운동 창시자의 고택, 그리고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의 고택이 한 반경안에 있는 대구시 중구 계산동 2가 84번지 일대는 지역민들엑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대구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본보기 공간으로 사적공원으로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경영학부 이홍우 교수는 21세기는 무형의 지식이 상품화되고, 각국의 문화수준이 문제가 되는 문화무역의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문화를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자랄 수 있는 토양, 즉 문화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문화발전을 위한 문화인프라로서 유적지 복원과 보존과 같은 기반시설 구축과 공연관계 신문화창출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과 문화시설에 대한 감세도입 등을 주장했다.

"대구는 역사문화도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귀중한 역사문화재도 많다. 그러나 역사인물에 대한 유적지 복원을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면서 당장의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적지 복원이 가져다주는 무형의 이득까지 고려한 문화사업을 지방자치정부가 실시해야한다고 강조.

한편 역사문화 현장보존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상화고택보존시민운동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100만명 서명운동에는 이미 30만명이 동참했으며, 5월중에 상화고택일대를 보존하기 위한 문화청원운동이 펼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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