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세계 책의 날

책(冊)과 신문은 흔히 활자(活字) 매체로 분류한다. 두 매체 모두 문자나 그림을 혼용해 기록한다는 공통점을 들 수 있다.큰 차이는 신문이 사실(fact)의 토대 위에서 기록한다는 특성이 있고 책은 인간의 정신적 소산(所産)을 담은 물리적 형체다. 신문행위가 사실(事實)에 바탕을 두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의 초고(草稿)'라고 하고, 책은 지식과 지혜를 담은 정신작업의 집대성(集大成)이다. 인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놓고 보면 신문은 상대적으로 순간적인 폭발력을 지닌 반면 책은 영원하다.

▲종이로 인쇄되기 이전에는 대, 나무, 나뭇잎, 가죽 등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성경도 양피(羊皮)에 기록한 때가 있었고 수천년전부터 인류는 대나무로 만든 죽간(竹簡) 등에 문자를 남겼다. 동양의 책 기원은 죽간 등을 체계있게 엮어 사용하였던 책(策)이라고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한다. 이런 고된 작업도 채륜의 종이 발명에 이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활용으로 대량전달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지극히 극소수 인원만 가졌던 책의 배포 범위가 넓어져 지식의 공유화도 가능해졌다.

▲눈부신 현대문명에 도달할 수 있게 한 매개물은 뭐니해도 책으로 친다. 헤르만 헤세는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선물 받지 않고 인간의 정신으로 창조해낸 수많은 세계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라고 했다. 인간의 진리탐구가 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아닌가 싶다. 인류가 언어를 기록하는 동물로 남아 있는 한 책의 소중함은 누구나 부정하지 못한다는 의미도 있다. 책을 불태운 진시황에 대한 근원적인 비난도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현대를 영상매체 시대라고 한다. 또 정보고속도로의 개발과 발전은 도서관을 유물화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책의 쇠퇴를 점친 것이지만책의 영향력은 아직까지 어느 매체보다 앞선다. 책읽기 활성화로 인성의 순화와 인격도야가 이루어 졌으면 한다.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엄밀하게 따지면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책읽기에 따라 개인의 성취(成就)와 나라의 장래가 달라진다는 뜻일 게다. 책 속에 미래와 희망도 있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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