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요즘 영웅

"진정한 영웅적 행위의 특성은 그 일관성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떠돌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며, 배포 크게 놀고 싶은 발작을 느낀다. 그러나 일단 위대하려고 작정했으면 네 자신에 충실하라. 마음을 약하게 먹고 바깥 세상과 타협하지 말라.

영웅은 평범할 수 없고, 평범한 사람은 영웅이 될 수 없다". 에머슨의 영웅론이다. 영웅의 특성은 혼돈의 세계를 정복하고, 악의 유혹을 극복하는 미덕이 아닐 수 없다.그래서 보들레르도 "영웅이란 시종일관 자기를 집중하는 인간"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던가.

▲인류 역사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명멸했다. 많은 사람들이 규정한 바와 같이 영웅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인간이며,어떤 시인이 '빛 속에 섰다'고 노래했듯이 태양과 동일시되기도 했다. 혼돈의 세계와 악의 유혹에 맞서 정복하고 극복하며, 그들이 표상하는신화적 요소가 역사적 사실과 동일시됨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영웅'에 대한 개념도 이젠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아시아판 최신호(29일자)에 발표한 '아시아의 영웅들'을 보면, 25명 중 대중스타가 9명으로 가장 많다.대만 여가수 아 메이(표지 인물), 인도네시아 가수 이완 팔스, 홍콩 배우 청룽(成龍), 인도 여배우 샤바나 아즈미 등이 그들이다. 운동선수로는미국의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와 농구선수 왕즈즈, 일본 축구선수 나카타 히데토시, 인도 크리켓 선수 사친 텐둘카 등이 뽑혔으며, 일본의 만화주인공 '도라에몬'까지 선정됐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얼마 전 김해공항 중국 여객기 참사 당시 20여명의 부상자들을 구한 기린관광 수습사원 설익수씨가 뽑혔다. '타임'은 "정신을 잃기 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는 그의 말을 인용하면서 "옳은 일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일을해낸 가장 순수한 의미의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이 주간지도 전제하고 있듯이, 이 시대의 '모든 영웅은 평범하지만 용기를 가진 사람들'로그 개념이 바뀌고 있는 건지….

▲토머스 칼라일은 '영웅 숭배론'에서 영웅을 신화적 영웅(오딘), 예언자적 영웅(마호메트), 시인의 영웅(단테, 셰익스피어), 성직자 영웅(루터, 녹스), 문인의 영웅(존슨, 루소, 번즈), 제왕의 영웅(크롬웰, 나폴레옹) 등으로 나눴다. 그는 '세계의 역사가 위인들의역사'라고 해 당시 사가(史家)들의 비난도 받았지만, 중후한 영웅 숭배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벼움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의 깊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 '영웅적인 존재'들이 아쉬워지기도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