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진 백암온천을 다녀온 대구의 김모(52)씨. 친구 10명과 어울려 모처럼 나들이를 간 김씨는 저녁 식사후 찾아간 모 노래방을 떠올리면 더이상 백암온천을 찾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김씨가 이 단란주점에 들어가 처음 주문한 술은 맥주. 시간이 지나 종업원에게 양주 한병 값을 물어보니 8만원이라고 해 담배 2갑과 함께 추가했다.
두시간후 가게를 나오면서 계산대에 선 그는 아연실색했다. 8만원이라고 했던 양주 한병 값이 23만원으로 둔갑해 있었고, '에쎄'담배도 시중가 2천원의 2.5배나 되는 갑당 5천원씩이었던 것.
또 영수증에는 웨이터 팁이 6만원이나 적혀 있었고, 안주도 접시당 5만원씩 계산이 나왔다. "우리 업소는 그렇게 받는다. 종업원이 양주를 8만원이라고 한 것은 잘못 말했다"는 업주의 핀잔에 분통이 터졌지만 업주가 요구하는 금액을 모두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경북도내 유명 관광지와 특산품 판매지역의 바가지 상혼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입품을 버젓이 국산으로 파는 관행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고, 판매 상품과 음식 가격도 턱없이 비싸다는 관광객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영덕 강구항. '영덕대게'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이곳에는 한때 주고객이었던 포항사람들의 발길이 최근들어 뜸해졌다. 일부 업소에서 북한 및 러시아산 게를 국산으로 둔갑,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소문이 포항에 파다하게 퍼진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결과다.
이 때문에 영덕군과 일부 상인들은 "영덕대게의 명성을 흐리게 할 우려가 있다"며 자정운동이라도 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내 최대 재래시장인 포항죽도시장의 수산물시장도 관광객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안되어 있다보니 수산물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국산인지의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큰 소득원이 되고 있는 횟집에서는 양식 횟감이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자연산으로 수시로 팔려나가기도 한다. 23일 가족들과 함께 경주 감포를 찾은 박진식(49.대구시 수성구)씨는 "관광객들이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신뢰를 주어야 할텐데 웃돈을 주고 먹은 것이 아니냐는 기분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어서 씁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서태양 경주 동국대 관광대학장은 "관광지와 특산품의 이미지를 가장 많이 흐리는 것이 바가지 요금"이라면서 "값싸고 내용이 좋다면 누구라도 한번 더 방문하고, 먹고 싶어 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상가.업자들의 꾸준한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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