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하루를 살다 죽는 하루살이는

하루를 살기 위해

천일을 물 속에서 보낸다

스무 번도 넘게 허물을 벗는다

하루를 살기 위해

일주일을 살다 죽는 반딧불은

일주일을 살기 위해

수컷을 유혹해 알을 갖는다

꽁지에 불을 뿜고 날아다닌다

일주일을 살기 위해

허물도 벗지 않고

불도 뿜지 않고

오십 년도 넘게

잘도 사는 나여

-천양희 '저 모습'

하루를 살기 위해, 일주일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살이나 반딧불이의 삶을 인용해서 자신의 시적 주장을 강화하는, 창작방법상으로는 인유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시이다.

인간들이 미물이라 여기는 곤충들도 단 하루를 살기 위해서 최선의 삶을 사는데 과연 내 삶은 너무 미지근한게 아닌가하는 자기 성찰이 있다.

이 시를 읽는 독자라는 누구나 과연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았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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