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막의 명수사관 체포되다

70년대 인기 TV수사극 '바레타'의 주인공으로 에미상까지 수상한 미국 배우 로버트 블레이크(68)가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최근 체포돼 할리우드에 충격을 던졌다. 블레이크의 아내 보니 리 베이클리(44)는 지난해 5월 할리우드의 한 레스토랑 근처에서 권총으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에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장기간의 수사끝에 블레이크를 살인과 살인 공모, 살인 교사, 특수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체포하고 블레이크의 경호원 얼 콜드웰(46)을 살인 공모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블레이크와 콜드웰은 살인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도 지난 94년 전처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미식축구 선수 겸 배우 'O J 심슨 사건'처럼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미국의 신문.방송들이 TV드라마처럼 흥미로운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 전모를 소개한다.

▲사건 발생과 검찰수사=베이클리는 지난해 5월4일, 블레이크와 함께 저녁을 먹은 로스앤젤레스의 식당 '비텔로' 부근에 주차돼있던 블레이크의 차 안에서 살해됐다. 블레이크는 당시 "식당에 떨어뜨린 권총을 되찾으려고 식당에 다시 들어갔다 돌아오니 아내가 총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아내 베이클리를 보호하기 위해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LA검찰은 블레이크가 의도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한다. 베이클리를 살해하기 위해 수주전부터 애리조나와 시쿼아 국립공원 외곽의 조그만 마을 등 외딴 장소를 물색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은 "블레이크는 살인하던 날 베이클리를 비텔로 식당에 데려갔으며 식당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공사장에 차를 주차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베이클리는 조수석에 앉았고 운전석에 앉은 블레이크는 창문을 내렸으며 자동차 키를 꽂아둔 채 차 밖으로 나왔다. 이어 9㎜권총으로 베이클리를 쏜 뒤 쓰레기통에 권총을 버렸다.

"기소장을 읽고 기절할 뻔했어요.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 베이클리의 여동생 마거리트 베이클리는 법정 밖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블레이크는 베이클리 살해 두달전 경호원 콜드웰 외 두 사람을 따로 만나 그가 가진 권총을 주고 아내를 살해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베이클리를 살해한 뒤 묻을 구덩이를 파놓도록 콜드웰에게 지시한 것으로 돼있다.

콜드웰은 블레이크의 요청에 따라 삽 두자루, 작은 수레 등 살인에 필요한 도구 목록을 갖고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경호원 콜드웰은 지난해 5월 블레이크와 베이클리 부부여행에 동반했다. 세 사람은 로스앤젤레스 동쪽으로 240마일 떨어진 애리조나 파커와 160마일 북쪽에 있는 캘리포니아의 쓰리 리버스를 함께 방문했었다.

▲블레이크, 콜드웰 체포와 법정공방 전망=블레이크와 콜드웰은 지난 18일 경찰에 체포됐다. 블레이크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과 살인공모, 살인교사, 특수 사체유기 등으로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르면 사형까지 언도받을 수 있는 혐의다. 보디가드 코드웰은 살인공모 혐의로 기소되었다. 경찰은 전국을 샅샅이 뒤진 수사끝에 900항목 이상의 증거와 150명 이상의 증인을 확보했다.

재판이 진행되면 피고측은 살해된 베이클리의 과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블레이크는 아내 베이클리를 지난 98년 한 재즈클럽에서 만났고 베이클리가 딸을 낳은 뒤 결혼했다. 베이클리는 블레이크와 크리스찬 브랜도 두 사람중 한 사람의 아이일 것이라고 말했으나 DNA검사결과 블레이크의 딸로 드러났다. 아이는 오는 6월 두살이 된다.

블레이크의 변호사 하란드 브라운은 법정 밖에서 "베이클리 유족들의 말에 근거해 검사들이 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라운은 "검찰측 이야기는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측 증거 리스트는 의심스러워 보인다는 것이지 실제 증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브라운은 이와 함께 블레이크 외 많은 베이클리 살해 용의자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베이클리가 성인잡지와 신문에 그녀의 누드광고를 실어 외로운 남자들을 유혹한 뒤 돈을 챙기는 우편주문 사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용의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블레이크가 가장 뚜렷한 살해동기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가 베이클리를 경멸했고 함정에 빠져 어쩔 수 없이 결혼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베이클리측의 변호사 골드스타인도 "보니 리 베이클리 때리기를 통해 배심원들이 미리 선입견을 갖도록 시도하고 있다"며 블레이크측을 비난했다.

이 사건의 또다른 쟁점은 법정 감독관 마이클 M 더피가 심문 법정내에 TV카메라 촬영을 허용한 것이다. O J 심슨 사건처럼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이 사건의 추이가 주목된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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