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지수 7개월째 상승불구 증권사 객장엔 '한숨만'

24일 오전 10시 대구시내 모 증권사 객장. 주식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를 반영하듯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댔다. 그러나 표정들이 밝지만은 않았다.

지수가 1천 포인트를 바라보고 있지만 수익은커녕 적지 않은 손실을 입는 힘든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날도 지수가 10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하락종목이 상승종목을 압도하자 사람들은 목이 타는지 연신 정수기 앞에서 입술을 축였다.

모니터 앞에서 신경질적으로 자판을 두드리던 60대 남자가 큰 소리로 증시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애꿎은 증권사 직원에게도 원망의 화살이 날아갔다. 이런 날은 증권사 직원들로서도 진땀이 난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면 뭐하나.

삼성전자 등 대형주만 올라갈 뿐 돈 벌었다는 사람은 주위에 거의 없고 나 역시 손실을 봤다. 주가는 정부 시책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고 보는데 현 정부,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크다"(70대 남)

"2억원의 투자금 가운데 절반 정도 손실을 봤다. 종합주가지수가 1천500 포인트까지는 가야 개인투자가들이 그나마 손해를 만회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식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만 마약과도 같아서 헤어나올 수 없다"(60대 여)

취재수첩을 든 기자에게 어떤 중년여성은 "요즘 같은 때에 주식에 대해 취재한다면 누가 대답해 주겠나. 주식이야기 꺼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인터넷 증권사이트의 게시판에도 험악한 표현의 글들이 많아졌다. 마치 지난 2000년 폭락기 때의 게시판을 연상케 한다. 최근 코스닥 개별종목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금융당국의 주가조작 조사가 원성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코스닥거품을 누가 일으켰고 그 비리에 관련된 사람들은 누구인가. 조사하려면 공정하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시장원리에 맡겨 두라"(ID:SOOM) "주가조작을 방치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가조작 및 자금출처를 한번에 두들기면서 장을 급락세로 몰고 가는 것은 무슨 심사인가"(ID:팍스넷이성)

지수가 7개월째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성적표가 이처럼 초라한 것은 이들이 선호하는 대중주와 주변주들이 맥을 못추면서 상대적 박탈 및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고점에서 주식을 추격매수했다가 조정시 손절매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투자자들도 많은 탓이다.

장보고트레이딩센터 이임식 팀장은 "삼성전자가 43만원대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가 행진을 보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은 손실을 입고 있다"면서 "지수가 900선 위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체감 지수는 800 포인트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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