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계청 '2000년 소비실태'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격차가 5년전에 비해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가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세금과 연금 등 비소비지출도 크게 늘어 소득과 지출의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00년 가구소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수준 상위 20%에 드는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은 국민전체 소득의 42.6%로 지난 96년 37.8%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하위 2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년 8%에서 6.3%로 오히려 낮아졌다.

소득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51로 지난 96년 0.290에 비해 0.061포인트 높아졌다. 소득분배의 공평여부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장경세 사회통계과장은 "외환위기로 기업퇴출과 파산, 그에 따른 실업증가로 소득분배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며 "특히 사업자가구의 지니계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IMF 이후 대기업 CEO의 연봉이 급격히 올라 상위 20%의 소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전 가구의 연간소득은 3천35만9천원으로 월평균 253만원의 돈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근로.사업 등을 통한 경상소득은 2천896만2천원(월241만4천원)으로 96년 2천576만9천원(월214만7천원)에 비해 12.4% 증가했지만 가계지출은 2천353만1천원으로 96년의 1천843만3천원에 비해 27.7%나 증가했다.

세금.연금.의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은 432만5천원으로 96년의 222만8천원에 비해 94.1%나 증가해 서민가계를 압박하는 한 요인으로 등장했다.

소비지출도 같은 기간 18.5% 증가해 항목별로는 교통통신비가 68.1%로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다음으로 교육 65.8%, 주거광열 37.6%, 가구가사 36.7% 등으로 나타났다. 가구주 성별로는 남자가 여자보다 1.4배정도 높게 지출했다.

각 가구의 저축액은 2천486만원으로 96년(1천832만4천원)에 비해 31.4% 증가했으나 저축이 있는 가구는 오히려 5.1%포인트 줄었다.

부채액도 984만2천원으로 같은 기간 37.4% 증가했지만 부채가 있는 가구는 51.4%로 15.1%포인트가 감소, 가구별 부채규모의 증가를 나타냈다.

한편 주택소유가구비율은 61.8%로 96년 58.2%에 비해 3.6%포인트 증가했으며 주거전용면적도 19.7평으로 17.1평에 비해 2.6평 늘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은 80.3%가 집을 가졌지만 30세 미만은 23.5%에 불과했다.

또 승용차 보유가구 비율은 평균 54.3%로 96년 46%에 비해 8.3%포인트 늘었으며 30대는 63.5%가 승용차를 소유한 반면 60세 이상은 33.6%만 소유했다.

가구내구재 가운데는 휴대용 전화기가 70.5%포인트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개인용 컴퓨터 28.9%포인트, 침대 16.9%포인트, 에어컨 15.4%포인트, 소파 13%포인트 순으로 증가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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