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면서 가슴의 통증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자녀 뒷바라지에 지쳐 건강이 나빠졌다며 학생과 유사한 고통을 호소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수험생들의 '고3병'과 그들의 어머니가 앓는 '고3 어머니병'이다.
이 병은 현재로서는 완전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현행 입시제도와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이 병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수험생과 그들의 어머니는 과거와 현재처럼 미래에도 계속 이 병을 앓게 될 것이다.
해마다 여러 교육기관과 전문가들로부터 이 병에 대한 다양한 예방책과 치료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모두가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이런 경우 역설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 땅의 모든 수험생과그들의 어머니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누구나 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이 병의 치료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런 현상을 병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삶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고3병'과 '고3 어머니병'은 어느 한 쪽의 증세가 심해지면 다른 한 쪽의 증세도 동시에 악화된다. 반면에 어느 한 쪽이 좋아지면 상대도 즉시 좋아진다.
그러므로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각자의 노력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신뢰와 사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고3병'과 '고3 어머니병'의 원인과 그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고3 병의 원인
많은 사람들이 '고3병'은 수면 부족과 과로 때문에 온다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수험생을 지도한 교사들은 근본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한다. '고3병'은 육체의 피로보다는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고 기대하는성적 향상이 제때에 일어나지 않은 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이나 좌절감이 그 근본 원인이다.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자율학습을 하다가 자정 무렵에 집으로 돌아온다. 현관에 들어설 때의 지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민의 정을 자아내며 동시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만약에 심하게 피로한 기색을 보이면 그 날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부가 잘 되고 계획한 만큼 달성을 했다면 활기가 넘치고 몸놀림이 가벼울 것이다. 현관에 들어오는 순간 극도로 지친 표정을 짓는다면 그 날 하루를잘못 보낸 것이다.
공부가 잘 안 돼 잡념에 빠져 시간을 낭비했거나 바르지 못한 자세로 책상에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귀가 후에도 계속 피곤한 것이다.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는 서로에게 진실하지 않다.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학생 자신도 이 문제를 어정쩡하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간섭과 잔소리,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귀찮기 때문에 몰두해서 공부하지 않았어도 공부한 척하고 그냥 넘어가 버린다. 그러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계속해서 이런 날들이 이어지면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증세가 악화되면 만성적인 피로로 이어지고 시험이 다가오면 더욱 심해져 병원에 가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예방과 치료
성취감은 '고3병'의 예방과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할 수 있는 만큼의 계획을 세워 반드시 실천하고 그에 따른 성취감이 누적되면 생활이 즐겁게 된다. 생활이 즐거우면 고3병은 절로 사라진다. 하는 일에 신명이 나면 어려움을 기꺼이 참을 수 있고,잠을 적게 자도 별로 피로를 느끼지 않게 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하는 일이 즐거우면 육체적으로 다소 무리를 해도 그렇게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고3때쯤의 나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험생은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변명을 한다거나 핑계거리를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수험생활 전반에 대해 낙관하며 궁극적인 결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일반적으로 학생을 보면 가정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부모가 극성스러울 때 자녀가 소심해지는 경향이 강하다. 평소에 잘 하다가도 큰 시험에 성적이 좋지 않는 수험생 뒤에는 부모의 만성적인 잔소리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를 믿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 수험생은 더욱 의젓해지고 강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자기 자녀가 다소 못 마땅하더라도 다른 집 학생과 비교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내 아이는 내 아이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가능한 한 칭찬을 많이 해 주어야 한다.천재를 만드는 최고의 비법은 칭찬과 격려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의고사나 학교 시험 등 어느 한 시험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수험생과 가족 모두의 대처 방법은 때로 입시의 승패를 결정할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먼저 수험생 자신은 꾸준히 노력하면 다음 시험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느긋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부모의 자세도 중요하다. 일시적인 성적 하락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한 번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이를 평소의 생활 태도와 연관지어 나무라서는 안 된다. 다음에 반드시 만회해야 함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도 안 된다.
수험생 앞에서 다음에 성적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 보여서도 안 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데 안달하고 다그쳐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몸종이 되지 말라
고3생은 황제이고 부모는 몸종인 집이 많다. 많은 고3 어머니들이 모든 일정을 자녀의 시간에 맞춘다. 그리고 스스로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다가 자녀가 기대만큼 못하게 되면 배신감을 느끼거나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부모가 하루 종일 자신만 지켜보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그냥 내버려두길 원한다. 부모가 극성일수록 자녀는 신경질적으로 되거나 소심해지기 쉽다.
부모 특히 어머니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일이나 취미에 몰두할 때 자녀들은 부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존경한다.부자간에 혹은 모자간에 관계가 좋고 대화가 많은 집일수록 상호간에 독립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높고 각자의 일에 몰두한다.
☆고3은 통과의례에 불과
예전에도 입시는 있었고 실제로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경쟁이 지금보다 훨씬 치열했다. 그렇다고 그 때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적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때는 부모나 자식이 고3 시기를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당연히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로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자녀가 한 둘로 줄어들면서 우리는 모든 시간과 경제력을 교육에 집중적으로 쏟아 붓게 되었고, 이와 함께 온갖 부작용이 생겨나게 되었다.
고3 병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이 수험생을 짓누르는 무거운 집안 분위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는 이 비정상적이고 비생산적인 교육 열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며 삶을 전체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써야 한다.
가정은 가족 구성원이 정서적 안정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내일을 위한활력을 다시 얻게 되는 재충전의 원천이다.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와 감당할 수 없는 요구보다는 그냥 따뜻한 눈길로 모든 것이 이심전심으로통할 수 있는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게 해야 한다.
글.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일신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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