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말으도록(마르도록) 외치고 있는 절전운동을 뒤로 특권을 기화로 귀중한 전력을 남용타가 사직 손에 걸려들은 철면피 신파 반역자가 있다.
즉 지난 31일 경기도 경찰국 발표에 의하면 인천시내 관동방송국 인천출장소 소장 조용은 출장소용에 특별 배전되어 있음을 기화로…심지어 침대까지도 작년 시월부터 불법장치로 호화롭게 사용타가…. 이러한 악질자에게는 극형으로 임함이 옳다고 시민들은 떠들고 있다".(경향신문 1950년 2월5일자)
그 시절에는 전기도둑에게도 기자나 시민들이 비분강개했나 보다. '철면피', '반역자', '악질자'라는 감정적 수사를 쓸 정도이니. 요즘에는 강간범, 살인범에게도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있는데….
다우출판사가 펴낸 '옛날 신문을 읽었다'는 지난 50여년 동안 인쇄화된 신문기사 중 빛바랬지만 흥미로운 것들을 발라낸 책. 그리고 각 기사에 대해 리뷰하고 관련 정보나 지식, 저자의 생각을 곁들였다.
신문기자(스포츠조선 차장 퇴직) 출신인 저자 이승호씨는 신문이 단지 뉴스 전달 매체일 뿐만 아니라 켜켜이 쌓임으로써 정형화된 역사 이상의 그 무엇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옛날 신문에 실린 기사를 날 것 그대로 독자에게 소개함으로써 독자를 당대 사회로 초대, 그 시절과 오늘을 비교하고 꼬집고 뒤집어 보도록 유혹한다.
책 서문을 보면 저자의 신문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잘 드러난다."저는 왜 그렇게 옛날 신문 읽기에 재미를 붙였던 것일까요. 옛날 신문들은 제게 잘 정리된 단행본보다 더 매혹적인 역사책이요 풍속사책입니다.
옛날 신문에는 사람들의 체온, 숨결, 땀이 고스란히 있었습니다. 역사는 도표화되고 도식화된 편년체로 정리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숨결과 땀까지 어떻게 오롯이 담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쫀듸기'로 대표되는 60, 70년대의 불량식품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저자는 당시를 통째로 '불량의 시대'였으며 동시에 '불량을 억압하는' 역설적인 시대였음을 꿰뚫고 있다. 지난날 우리 사회에 넘쳤던 기상천외한 불량들을 읽어가다 보면 독자들은 그 불량들에 대한 야릇한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낙서와 장발족 문화, '양아치'로 불리는 넝마주이들의 생활상, 요즘엔 좀처럼 볼 수 없는 '나체 질주자'와 히피로 골머리를 앓았던 이야기, 전쟁으로 지쳐 배고픈 국민들에게 '명랑'만을 강요했던 시절을 추억한다.
"옛날 신문을 읽으면서 그래도 이 사회는 나름대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봅니다. 아울러 그 시절의 '개인'들이 지금의 '개인'들보다 더 따뜻하고 더 인간적이었다는 사실은 아련한 그리움을 던져주기도 하는군요".저자의 말은 우리들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 잃어버린 낭만으로 몰아 넣는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