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주5일 근무 스타트

정부수립 이후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시행되는 '공무원 주5일 근무제'를 맞아 대구.경북지역의 중앙부처 지방청 직원들은 '설레는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동원, 소집, 자리 지키기, 휴일 반납' 등 우리나라 공무원의 전통적 '관습'에 익숙해져 있는 중.장년층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때아닌 휴일'을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당황스럽다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

올 해로 34년째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태성(54) 대구지방국세청 개인납세과장은 "오랜 공무원생활동안 경험못한 획기적 변화가 찾아왔다"며 "일하는데만 익숙한 우리 연령의 공무원들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새로운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진(46) 대구지방병무청 공보실장은 "젊은 사람들이야 레저문화에 익숙하지만 중년층 공무원들은 그렇지 못해 뭘 해야할지 아직 방향을 못잡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과 고교에 재학중인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야할것 같지만 애들의 학교일정이 너무 바빠 그쪽도 어려울 것 같아 무작정 산에 오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주부공무원들은 오랜 바램이 현실로 이뤄졌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성숙(37.여.대구지방노동청)씨는 "공무원생활에다 2명의 아이까지 키우다보니 '내시간'이 없었다"며 "토요 휴무를 이용, 학위공부 학업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싶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공무원들은 레저.취미활동 시간을 늘리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마라톤에 열심이라는 박해중(33.대구지방법원)씨는 "27일 구룡포에서 감포까지 이어지는 100km 울트라 마라톤코스에 도전한다"며 "답답한 일상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얻다보면 업무능률이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20.30대 젊은 직원들은 그동안 금요일 부서회식 등을 통해 엉뚱한 시간낭비가 심했다며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낭비적인 '금요일 회식문화'도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한편 공무원 주5일 근무제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경찰.소방 등 이른바 '격무부서' 공무원들은 "사기가 떨어진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대구시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오는 7월 지방자치단체도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소방공무원들은 역시 제외됐다"며 "아무런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부서는 쉬는데 우리만 일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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