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13지선 10대 아젠다(8)-전문직 진출 확대될까

6·1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재출범 12년째를 맞는 대구·경북 광역의회에 이번에도 전문직 출신의 진출은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출마 희망자를 찾아보기 힘든데다 출마를 선언한 이들의 당선권 진입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공천 작업을 끝낸 한나라당의 시·도 의원 후보자는 80% 이상이 비전문직 출신의 자영업자나 정당인 등이다. 27명인 대구시의원 후보의 경우 건축사인 김화자(중구) 현 시의원과 법무사인 마학관(수성구), 약사인 류규하(중)·박주영(서)씨 등 전문직 종사자는 4, 5명 선이다.

도의원 후보도 56명 중 약사인 정보호(구미) 현의원과 농촌지도소장 출신인 김주연(칠곡)씨 등 3, 4명 정도. 현재의 시·도 의원 전문직 구성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포이다.

전문직군의 지방 의회 진출을 가로막는 큰 장벽은 '정당 주도'의 선거 구도다. 지난 98년 한나라당의 '싹쓸이'로 끝난 선거 결과에서 보듯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아내지 못하는 상황이면 선뜻 출마 결심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판에 전문직들이 공천을 받는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은행지점장 출신의 박모씨는 "시민들은 전문가를 원할지 모르지만 정당의 기호에는 전혀 맞지 않다"며 "당 공헌도만 우선적으로 따지는 풍토 탓에 자기 분야에 종사하다 공천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밝혔다.

무소속 출마도 '후진적인 선거 문화'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지방 선거에서조차 유권자들이 인물 위주의 선택보다는 '정당'만을 보고 찍는 관행에 익숙해져 있는데다 재력이나 사조직이 없으면 선거운동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공직생활(사무관)을 끝내고 수성구 지역에 출마하는 정기조씨는 '무소속의 어려움'을 체험하고 있다.

대구시청에서 예산 업무를 줄곧 담당했던 정씨는 "무소속이면 어렵다는 권유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려고 시도했으나 냉담한 반응에 포기했다"며 "유권자들이 인물로 선택해준다면 자신이 있지만 만나는 분마다 '무소속 출마'에 대한 걱정부터 먼저 꺼낸다"고 말했다. 전문직의 진출이 어렵다 보니 광역의회가 제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의 한해 예산은 2조6천억원. 27명의 시의원들이 예산 편성 감독과 집행의 감시 기능은 물론 각 부서별 현안 업무에 대한 감사 기능을 맡고 있다. 그러나 도시계획과 회계·법률·교육·환경 등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탓에 집행부로부터 '의회가 발목만 잡는다'는 불만을 듣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쳐지기 일쑤다.

대구시의회 문영수 사무처장은 "지방의회는 국회와 달리 정치색보다 시민 생활과 관련된 현장성이 강하다"며 "그러나 전문직 출신이 소수에 불과해 기능성에서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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