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의 생이별, 짧은 만남, 그리고 기약없는 이별.
4차 이산가족상봉 마지막날인 30일 오전 금강산 여관은 2박3일간의 만남을 아쉬워하는 한탄과 통곡으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막막함이 이들의 마음을 더욱 짓눌렀다. 남북으로 갈라진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으며 몸부림쳤다.
○…분단 50년의 벽을 허물었던 이산가족들은 전날 밝았던 표정과 달리 기약없는 이별이 서러운 듯 금방 울음을 터뜨릴 듯 침통한 분위기였다.
남측 가족들은 이날 오전 9시께 금강산여관 로비에 들어서면서 울먹이기 시작하더니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던 북측 가족들을 보자 어느새 장내는 흐느낌으로 가득찼다.
○…이번 상봉에서 시동생 2명을 만났던 고근녀(74·여)할머니는 작별의 아쉬움을 달래기 보다 시동생 박완기(57)·광기(54)씨가 TV에 자주 비치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방북신청서를 제출했다 탈락한 남편 박문희(75)할아버지에게 동생들의 모습을 TV로나마 보여준다고 약속했기 때문.
고 할머니는 "단체·개별 상봉때는 텔레비전 기자들이 내곁으로 오지 않아 섭섭했어"라며 마침 곁을 지나가던 카메라 기자의 옷자락을 붙잡고 촬영을 부탁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 권지은(88)씨를 떠나보내는 아들 이병립(61)씨는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라며 큰 절을 올렸다.
권 할머니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몸 건강히 지내면 볼 날이 올 것"이라고 울먹여 주위를 숙연케 했다.
정귀업(75) 할머니는 30일 오전 금강산여관 1층 로비에서 가진 작별상봉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뗐다.
52년만에 입 밖에 내본 '여보'란 말이었다. 꿈 같은 3일이 지나고 다시 기약없는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다.
상봉 때마다 헤어질 당시의 풋풋한 20대 부부의 모습으로 손을 잡고다녀 주위의 눈길을 모았던 림한언(74) 할아버지와 정 할머니는 가는 시간이 아쉬운듯 1시간의 작별상봉 내내 꼭 쥔 손을 놓지 않았다.
북쪽에서 재혼한 할아버지는 남쪽에서 52년 동안 혼자 지낸 할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헤어지는 순간까지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강일창(77) 할아버지는 전날 개별상봉에서 6·25전쟁과 체제 문제 등으로 동생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지만 영원할지도 모를 이별을 앞두고 작별상봉을 나온 남동생, 여동생들을 부둥켜 안고 기약없는 헤어짐의 눈물을 흘렸다.
"너희들 나 없더라도 잘 살아야 한다", "걱정마세요. 사진첩 보면서 형님이랑 조카들 생각할께요".이 말에 강 할아버지는 "이젠 언제 다시 보냐"며 굵은 눈물을 떨궜다.
○…남쪽에서 재혼을 한 길영진(82) 할아버지도 북한에서 만난 아내 이용희(73)씨와 아들 창근(57)씨의 세월이 담긴 주름진 얼굴을 쓰다듬으며 어쩔줄을 몰랐다.방북 이틀째까지만 해도 덤덤한 모습을 보였지만 기약없는 이별이 예정돼 있다는 생각에 눈앞을 가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 없더라도 아들 잘 키워야 해. 내가 죄인이구려, 죄인", "아버지, 우리 통일되면 만날 수 있습니다. 곧 만날 수 있을 겁니다".50여년을 넘게 간직해온 그리움이 북받쳐 오르는 순간이었다.
○…경북 구미에서 조카와 함께 살고 있는 임경수씨는 지난 28일 단체상봉에 이어 29일 북측 조카들과 다시 개별상봉까지 하게 되는 기회를 맞자 6·25 때 헤어진 두 동생에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정담을 나눴다.
임씨는 첫째, 둘째 동생인 경협과 경우씨의 사진을 꺼내놓고 "살아서 곧 만날것 같았는데 벌써 50년이 흘렀다"며 "혹시 살아 돌아올 것 같아 고향(경북 선산)을 지켰다"고 동생들과의 우애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씨를 만난 북측 조카들은 "큰아버지 형제들이 헤어져 살게 된 것은 '미국놈들' 때문"이라는가 하면 "이 자리가 마련된 것은 장군님 배려"라는 등 상봉의 기쁨보다 체제 선전에 더 비중을 두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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