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에서 세살 버릇은 대개 젖내나는, 덜 떨어진 버르장머리를 의미한다. 한데 젖빨이 할 시절의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면 그건 더 지겨울 것이다. 그런 식으로 '젖감질'이라고나 할, 젖먹이 시절의 병이, 그것도 정신적이고도 정서적인 병이 사회와 정치판에서 흉물을 떤다면 지겹다 못해 토악질이 날 것이다.
'스킨십'이란 말은 '피부 접촉'이되, 그게 유아 교육론쯤에서 사용되면, 어미 자식 사이의 피부접촉을 의미한다. 물론 어미 젖가슴에 안겨서 젖을 빠는 것도 당연히 스킨십에 속한다.
한데 이 같은 차원의 스킨십은 젖빨이의 과부족과 맺어져서 젖먹이들의 정서적 장애를 야기하게 되는데, 젖을 먹을 시기가 이른바, 입술 성욕기(性慾期)와 겹치는 만큼, 그 정서적 장애는 아기의 성장 과정만이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스킨십은 지나쳐도 모자라도 안 된다. 전통 한국사회에서는 젖먹이들이 스킨십의 과잉 상태에서 자라났다. 아비는 아예 제 삼자가 되어서 왕따당하다시피 하고 어미하고 아기가 찰떡궁합이 된다. 이게 한국식의 기묘한 어미-아기 그리고 아비 사이의 삼각관계다.
한데 이에 비해서 서구나 미국 같으면 유아는 태어나자 말자, 아비와 어미 사이의 끈끈한 관계 속에 이따금 끼어드는 은전(恩典)을 입게 된다. 아기가 제 삼자가 된 아비-어미 그리고 아기 사이의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전통 한국 사회의 경우, 젖먹이 시절의 그 스킨십은 상당히 오래 간다. 일년은 예사로 넘긴다. 막내의 경우에는 질질 더 오래 간다.
바로 이 때문에 몇 가지 정신-정서적 장애에 시달리게 된다. 첫째, 진작 버렸어야 할 '입술 성욕'이 나이 든 뒤에도 질기게 따라 붙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흡연인구를 가진 이유의 하나는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젖꼭지 빨아대던 그 젖먹이 적 버릇이 담배 빠는 버릇이 되어서 여든까지 가게 되는 셈이다. 젖꼭지 빨아대는 거나 담배 빨아대는 거나 그게 그거다.
둘째는 더 심각한 장애다. 그것은 소위 '분리와 개별화의 장애' 바로 그것이다. 아기는 언제고 어미-아비에게서 분리되어서는 혼자 독립해서 자아의 정체성을 이룩해야 하는데 , 그게 그만 그 과잉이 된 스킨십 때문에 차질을 빚는 것이다. 아기는 열 살이 넘고 청년기가 되고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소위, '마더 차일드'로 머물게 되는 것이다.
대학 입시장까지 따라 가서 철문에다 고개를 박고는 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는 어머니들의 눈길은 스무 살이 다 된 청년의 자식을 여전히 또 악착같이 '마더 차일드'로 잡아 매두려는 쇠사슬 같은 것이다. 이래서 어미는 안 떼 놓으려는 '마귀 어미'가 되고 자식은 안 떨어져 나가려는 '다 큰 젖먹이'가 되는 것이다.
대학을 가서 공부할 때나 졸업하고 시집 장가 갈 때나 여전히 어미-아비 손만 쳐다보는 자식의 모습은 가장 한국적인 '청년 상'의 하나다. 이들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가서는 상사에 매달리고 그 눈치나 보게 된다. 그들은 여전히 '젖먹이 사회인'들이다.
그러다가 차질이 생기면 연신 담배나 빨아대면서 젖을 빨던 시절로 돌아간다. 연거푸 술잔을 빨고 또 들이킬 적에도 젖을 마음껏 빨아 대고 또 삼켜대던 그 '황금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 젖먹이 어른들이 우리 사회의 귄위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 없다. 이 점은 정치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보스 정치' 또는 '일인 정당' 등은 '어른 젖먹이'들이 작당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다만 이들은 담배 빨고 술 들이키고 하는 것 말고 적어도 그 일부나마 '돈(금전) 빨이'하는 걸로 그 개성을 돋보이고 있지만 그들에게서는 필경 권력도 '젖빨이' 욕망과 겹쳐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제대 교수·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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