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성진(13·가명)이는 고교생인 누나와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아침은 굶고 점심은 학교 급식, 저녁은 라면이나 과자. 하루 한끼만 밥구경을 하는 생활이 벌써 4년째.
하지만 이들 남매에게 주어지는 복지혜택은 없다. 신용카드 빚에 견디다 못한 부모가 아이들만 두고 가출해 정부보조금 혜택이 주어지는 '소년소녀가정'으로 지정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30여만원 남짓한 국민기초생활보장금을 받아 임대아파트 관리비(10여만원)에다 생활비를 대고 나면 그 흔한 입시학원 한번 가볼 꿈도 꿀 수 없는 아이들이다.
이같이 부모가 살아 있지만 가출, 아이들만 집에 남아 힘겨운 삶을 지탱해가는 '나홀로 집에' 가정이 급격히 늘고 있다.
신용카드 발급남발 등 새로운 유형의 가계 파산이 늘어나면서 자녀까지 버리는 도시 서민들이 급증, 일부 영구임대아파트 밀집지역은 최근 5년새 소년소녀가정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대구시 북구 산격종합복지관이 지난 달 영구임대아파트인 산격주공아파트(1천800세대) 입주민 340가구를 무작위 선정, 주거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13%가 보호자없이 청소년 또는 어린이 자녀들끼리 살아가는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5년전 외환위기 직후 조사한 것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들 소년소녀가정은 기본적인 식생활의 어려움은 물론 심한 발달·정서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격복지관 한 관계자는 "일부 소년소녀가정은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정신적 방황을 겪고 있지만 후원의 손길을 보내오는 이들은 드물다"며 "몇년째 최소한의 기초생보자 혜택조차 못받은 채 자신들끼리 지내다 뒤늦게 이웃에게 발견되는 경우도 많아 그때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의문이 갈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소년소녀가정 전문보호시설인 '꿈나무집'의 경우도 지난 해 16명에 불과하던 원생들이 현재 는 28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부모가 없는 원생은 5명 뿐이고 나머지 23명은 모두 부모가 있으면서 가출한 상태.
꿈나무집 박은경(41·여)원장은 "대다수 부모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떠난 경우"라며 "자녀들을 되찾아 가정을 다시 꾸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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