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2002'가 개막 한달을 넘겼다. 세계적인 미술축제를 내세우는 것에 걸맞게 외형적으로는 순항 중이다. 현재 20만명이 비엔날레를 관람, 6월29일 폐막일까지 목표치(60만명)를 어렵지 않게 채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번 비엔날레의 전시형태, 기획내용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아 전체적인 평가는 좀더 유보하는게 좋을 듯 하다. 미술인, 평론가 등 전문가들은 관람할 만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고, 학생 일반인들은 전시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무질서한 전시물 배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먼저 이번 비엔날레의 중심인 프로젝트1 '멈춤'에 전세계 27개 대안그룹이 참가한 것 자체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일부에서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시도를 해온 미술계의 아웃사이더를 공개적인 장소로 끌어냈다는데 상당한 의의를 두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대안그룹들의 전반적인 작품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다 우리 미술계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국내에서 제3세계 작가 등 여러 대안그룹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지만, 싼 비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심이 든다"면서 "우리가 보고 느낄 만한 질높은 작품은 몇점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또 영상을 앞세운 가벼운 작품이 주류를 이뤄 미술의 진지함을 배우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았다. 작가 박종규(38)씨는 "모호한 내용의 단편영화에몇개의 오브제나 입체를 결합시킨 작품이 많기 때문인지 유쾌함보다는 난삽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초중고생의 관람편의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띄지 않았고 어른들도 전시 동선을 찾지 못해 헷갈려하는 사례가 많았다. 관객들은 별다른 설명없이 무질서하게 배치된 작품에 대해 명확한 구분을 못하거나 전시장을 몇바퀴 돌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지만 자그마한 집에 사진 조각 미디어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으로 채운 타이베이 대안공간의 작품 '아이티 파크', 4대의 프로젝터를 이용해 사각 입방체에서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모토히코 오다니의 '9번째 방', 서민용 유희공간을 미술로 끌어올린 정연두의 '보라매 노래방'등은 전문가와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 5.18 자유공원에서 벌어진 프로젝트3 '집행유예'도 5.18을 오늘에 되살리려는 기획 의도에도 불구하고,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낼 만한 작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어쨌든 이번 비엔날레가 '예전보다 낫지 않다'거나 준비 과정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무성하지만, 국내 최고의 미술행사를 키우려면 더많은 노력이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꼭 한번 가보길 권한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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