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왜 權고문에 국정원이 보고하나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고문이 국정원 김은성(金銀星) 전 제2차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발언이 우리를 황당하게 한다.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 검찰조사중인 권 전 고문의 이같은 발언은 자신의 자택을 방문한 김 전 차장과 진승현씨로부터 "거액을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다 불거진 '돌출 발언'으로 그 자체가 갖는 무게 때문에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고 보아 마땅하다.

권 전 고문의 발언은 2000년 7월 당시 국정원 제2차장인 김은성씨가 권 고문의 집으로 찾아와 김 대통령의 3남인 홍걸씨와 최규선씨가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다닌다고 '보고'했고 이 보고를 받은 권 고문이 청와대에 들어가 홍걸씨와 최씨 문제를 대통령께 보고했다는 것으로요약된다.

우리는 보고를 받을 위치에 있지않은 사람에게 국정원이란 국가 핵심조직의 2인자격인 제2차장이 일부러 찾아가 국정의 내밀한 사항을보고 했다는 사실에서부터 현 정권이 국가 조직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길 없다.

외형상으로는 민주당의 고문에 불과한 장외(場外) 정치인의 집으로 국내 정보의 총괄 책임자(당시는 임동원 국정원장이 대북업무 때문에사실상 국내 정보를 김 제2차장에게 위임)가 찾아가 보고 했다는 사실은 공무원의 도의적 책임이전에 국정원법상 명백한 위법 행위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동안 김 대통령의 가신그룹이 정치를 전단, 인치(人治)정치가 되고 있다는 민주당내 소장 의원들의 주장이 이번 권 전 고문 발언으로 사실로 판명됐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동안 권 전 고문은 장외에 앉아 정치자금을 형성, 정치 실세(實勢)로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추측도 가능할 것이다. 또 이 와중에 일부 국정원 관계자들이 권력 실세의 정보및 정치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해온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갖게 된다.

그런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정원 차장의 여당 고문 자택 보고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현 정권이 얼마나 인치의 정권인지를 드러내는 척도로 보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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