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채권단의 재(再)매각 추진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를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분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주변에서는 한때 검토되다 폐기된 시나리오가 그럴 듯한 대안으로 포장돼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서두르기보다 여러 대안을 차분히 비교.검토하는 '냉각기'를 갖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 인수 불가피론' 부활='삼성전자인수 불가피론'이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각에서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채권단 지원없는 독자생존이 쉽지않고 해외 재매각도 여의치 못하다는 가정 하에 '결국 갈 곳은 국내기업인 삼성전자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해외매각에 대한 사회일반의 정서적 반감을 감안한 정치적 고려도 깔려있다.
이와 관련,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2일 "마이크론과 재협상이 잘 안되면 결국 인수할 곳이라곤 국내의 삼성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아도 결국 현대에 넘어가지 않았느냐. 아직 물밑접촉은 없었지만 결국 삼성으로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시너지효과 없는 곳에는 돈을 안쓴다"(주우식 IR팀장, 1/4분기 기업설명회서)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움직일 만한 뚜렷한 '유인책'도 없다.
직접 인수에 따른 위험요인을 피해 위탁경영하는 방안도 일부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삼성전자의 행보와 관련해 주목되는 변수는 '중국'이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하이닉스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중국시장 공략이 핵심과제로 부상, 무조건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인수방안은 '아이디어' 수준일 뿐 실현가능성을 점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높다. 일각에서는 나오는 LG와의 역빅딜설 역시 마찬가지다
◆대(對) 중국 매각=마이크론 외에 인수가능성이 있는 메이저 기업으로는 독일 인피니온을 거론할 수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탓에 이미 "관심없다"고 통보해온 상태이에 따라 현실적인 원매자 그룹으로 중국 기업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작년 하반기 중국 쇼우강(首綱)그룹 등 일부 중국 컨소시엄과 협상을 벌이다 인수조건 차이로 틀어졌지만 완전히 불씨가 꺼졌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 '하이닉스 시계'가 고스란히 10개월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협상자체가 성사되기 힘든 구석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헐값에 첨단시설 인수를 원하는 데다 생산라인을 완전히 중국으로 떼어 넘기는 방안을 주장, 우리측과는 기본적 시각차가 크다는 것.특히 하이닉스 외에도 D램사업에서 철수한 대만과 일본업체들이 유휴설비를 중국쪽에 경쟁적으로 매각을 추진, 협상이 예상만큼 쉽지도 않을 전망이다.
◆고강도 자구 수반한 독자생존=결국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면 서둘러 매각을 하기보다 '숨고르기'를 통해 보다 실현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업계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나 노조를 포함한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합리적인 선에서 수긍할 수 있는 '교집합'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사측이 '순수한 의미'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기존 자구안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초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미 작년 2, 3차례에 걸쳐 자구안을 냈다가 '퇴짜'를 맞은 바 있는 회사로서는 정부와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는 '총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내야한다는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 혼자로는 도저히 독자생존이 어렵다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고 D램 시황 등 주변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 집단의 힘이나 이론만으로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할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갈수 있는지를 보다 분명히 제시하고 검증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매각하는 수준을 넘어 '몸통'에 해당하는 메모리부문 일부도 과감히 떼어내 매각하고 인력 등 내부 구조조정도 전례없는 강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