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빚을 갚기 위해 저질러지는 각종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까지 발생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신용사회의 총아에서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으로 전락하고있는 신용카드의 사용실태와 문제점, 대책 등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신용카드는 불과 얼마전만 해도 신용사회 구현과 과세 투명성을 높이는 '구원 투수'로 비쳐졌다.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신용카드 복권제를 실시하는 등 신용카드 권장에 열을 올렸다. 그러던 정부가 요즘에는 신용카드 발(發) 가계파탄을 우려하며 신용카드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신용카드 부실화 정도
위험수위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은행권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현재 2% 정도다. 그러나 신용카드 연체율과 비교할 때 가계대출은걱정할 수준도 못된다.
지난해 현재 7개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채권의 연체율은 7.4%에 이른다. 카드사들이 본업인 물품 구입 등결제서비스를 제쳐 둔 채 '돈놀이'에 치중한 탓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 신용카드사의 지난해 현금서비스 금액은 267조원으로 전체 카드사용금액의 61.3%를 차지하고 있다.카드 고객들은 매일 현금 지급기에서 7천333억원씩 현금을 뽑아 쓴 셈이다.
현금대출 비중이 이처럼 높은 곳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현금대출 비중이 결제서비스를 넘어서는 곳도 한국 뿐이다. 미국 카드사들의현금 대출 업무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카드빚 얼마나 위험한가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등은 금융기관들의 문턱이 높게만 느껴지는 서민들에게는 급전 조달 창구로서 편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그만큼 금리가 비싸다. 한번 받은 현금서비스를 막기 위해 다른 카드를 이용해 다시 현금서비스를 받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00만원을 현금서비스 받아 연체이자 없이 계속 돌려막기를 할 경우 40년 후에는 갚아야 할 돈이 무려 134억원이나 된다. 월 2%의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복리로 적용할 경우 3년이면 2배, 10년이면 10배, 20년이면 115배, 30년이면 1천247배, 40년이면 1만3천430배가 되는 것이다. 물론 대출 한도 규정 탓에 실제로는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신용사회의 그늘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에 접수된 각종 민원 가운데 신용카드와 관련된 민원은 단일 민원으로서는 가장 높은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들어 전체 신용불량자 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대금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지난해 104만2천명에서 3월말 110만6천명으로3개월 사이 6.1%나 늘어났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세미나를 통해 "구조적인 실업문제가 해결되지 않은채 가계부채가 늘어나자 지불능력을 잃은신용불량자를 양산하게 됐다"며 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을 꼽았다.
이처럼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경보가 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사들의 경쟁적인 현금서비스 확대는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최근 정부가 현금서비스.카드론 업무비중을 2년 내에 50% 이내로 줄이도록 지시했지만 카드사마다 사행성이 짙은 경품을 내걸고 회원들의 현금 서비스 이용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모 은행의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대출 업무에 주력하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며 "신용카드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있는 것은 카드업계의 무분별한 영업 경쟁과 근시안적인 정부 정책과 낳은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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