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의 역사

국문학박사인 고운기씨가 재해석한 일연의 삼국유사(전2권, 현암사 펴냄, 각권 2만원)는 독특하다. 재해석이라는 의미에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라는 이름으로 펴냈지만 보통 원문과 해석문, 그리고 약간의 해설문을 덧붙이는 것이 고서출판의 통례로 볼때 이 책은 그 궤를 달리한다.

해설이 우선하고 원문이 따라오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원저의 순서가 아니라 편의에 따라 순서를 무시하고 비슷한 항목을 묶었다. 또 각 장마다 '이 땅의 첫 나라', '문희, 그 아름다운 여자의 이름', '수로부인, 미시족의 원조' 등 다소 현대적인(?) 제목을 달고 있으며 지은이 특유의 상상력이나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도 덧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미 삼국유사 관련 연구서로 '일연(1997)', '삼국유사(2001)', '일연과 삼국유사의 시대(2001)'등의 저작을 낸 바 있는 지은이는 서문에서 '내가 만일 삼국유사를 썼다면 이런 식으로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대비하고, 중국과 일본의 역사서를 광범하게 인용, 여러 가능성을 한꺼번에 제시해 읽는 이로 하여금 판단케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부정확하고 사료가 많지 않은 국내 고대사를 거론함에 있어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지만 여러 사료를 통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사실(史實)에 대한 다양한 부대설명을 함으로서 역사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사실 삼국유사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비해 다소 야사(野史) 형태로 취급돼 왔지만, 삼국사기가 철저한 사대주의 사관에 근거하고 있어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상당히 거스르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뿌리를 밝히는 단군을 언급한 가장 오래된 사료라는 점에서 귀중하게 대우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삼국유사 읽기'는 고전의 의미를 넘어 '우리 역사 읽기'-물론 아직까지는 사학계의 정론이 아니어서 우리 나라의 역사를 9천여년으로 보는 재야 민족사학자들의 시각까지는 읽을 수 없지만-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은 풍부한 사진에 있다. 1991년부터 지은이와 함께 삼국유사에 나오는 역사의 현장을 답사해온 양진씨의 유려한 사진은 인간의 과거 회귀본능을 자극할 뿐 아니라 그 현장을 사랑하고 보존해야하는 당위성을 보여준다.

우리 역사상 가장 진취적이었던 국가, 고구려의 현재 모습은 없어 아쉽긴 하지만 남한의 곳곳에 숨겨져 있는 우리 민족의 과거를 알리기엔 충분하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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