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즘 어린이들(중)-인성교육

부모의 과잉보호속에 어린이가 어린이다움을 잃어가고 있지만 내 아이를 어린이답게 키우려는 작은 움직임들도 적잖다.

"할아버지가 수저를 들기전엔 절대 먼저 밥을 먹지 않습니다".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와 한 집에 사는 윤효진(8·수성구 범어동)양은 또래 아이들과 사뭇 다르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윤재만(63·대구향교 의전국장)씨로부터 '서당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윤씨는 하나뿐인 손녀에게 부모, 선생님은 물론 땅 위 모든 것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교육하고 있다.

주부 예미경(38·서구 비산동)씨는 지난달부터 매주 토요일 대구시 서구 평리동 '자방서당'에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보내고 있다. 학원과 학교만 오가며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지 못해 자꾸만 버릇이 없어지는 딸아이가 마음에 걸려서다.

훈장 손재현(58)씨는 "핵가족이 보편화되면서 집안에 가정교육을 담당할 '어른'이 없다는게 안타깝다"며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과 핵가족 사회의 문제점을 균형있게 바로 잡을 수 있는 전통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구 대청, 매호, 입석, 동신, 종로, 신성 초등학교는 지난 99년이후 '선비체험일'을 정해 인사, 다례 등 다양한 전통예절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인성을 키워주고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대구시 북구 국우동 '노마어린이집'은 산하(4), 혜민(4·여), 신혜(4·여), 한을(6)이 등 4~7세 어린이 10명의 천국이다.

대문을 열자마자 진흙과 조약돌로 만든 간판, 야생초가 울긋불긋 핀 우유 팩 화분, 고무 대야에 헤엄치는 올챙이 등 도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달빛 어스름 한밤중 깊은 산길, 머리에 뿔달린 도깨비 에하루 둥둥" 아이들이 종알거리는 전래동요 '산도깨비'는 잃어버린 동심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 곳 아이들은 외아들, 외동딸이 대부분입니다. 조기교육에 집착하는 일반 유치원에서 점점 메말라가는 아이들이 안타까웠습니다. 뜻이 맞는 또래 부부들이 힘을 모아 어린이집을 만들었죠". 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주부 우순열(36)씨의 이야기다.

'노마'와 같이 학부모들이 조합형태로 직접 설립한 공동육아시설은 지역에 모두 3곳. 지난해까지만 해도 1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들어서만 벌써 2곳이 새로 생겼다.공동육아는 영재교육이나 학습지 교육은 철저히 외면한다. 아이들은 '모둠'이라는 자체 회의를 통해 오늘 할 일을 알아서 결정한다.

스스로의 배움은 있되 가르치는 교육은 없다. 딱딱한 교육과정 대신 전래동요를 부르거나 닭싸움 등 옛날 놀이를 한다.

주부 천진경(33·북구 읍내동)씨는 "오늘의 교육현실에서 과연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다만 아이들이 순수한 동심과 해맑은 얼굴을 잃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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