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직후 1950년대 궁핍한 시절, 우리는 벽안의 외국인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처지였다. 헐벗고 굶주린 우리에게 매월 후원의 손길을 편 이들은 양친회(養親會)라는 단체를 통해 1953년부터 1979년 7월 철수할 때까지 26년동안 매년 2만5천명의 한국어린이에게 총 240억원을 지원했다. 당시 대구의 수혜자도 모두 2천500명. 건설노동자의 하루 노임이 1,200-1,500원 하던 시절 세대당 월 3,720원씩 지원받았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한국이 1996년 OECD에 가입함에 따라 이제 그 위치가 바뀌었다.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 변신, 많은 사람들이 개발도상국의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플랜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도움을 손길을 펴고 있다.
플랜한국위원회는 국제아동후원단체인 플랜(Plan) 인터내셔널의 한국지부다. 플랜은 UN경제사회이사회 협의기구로 전 세계 15개국의 후원자들이 42개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을 돕는 구호프로그램. 1937년 스페인 내전으로 인한 전쟁고아를 구제하기 위해 영국출신 언론인 존 랭던 데이비스에 의해 '포스터 패런츠 플랜(Foster Parents Plan)'이 설립된 것이 그 시초다.
이후 활동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전 세계 42개국 110만명의 어린이를 돕는 개발원조단체로 성장했다. 영국 워킹에 국제본부를 두고 있는 플랜인터내셔널 한국지부의 경우 현재 가나, 말리, 수단, 카메룬, 짐바브웨, 이디오피아, 방글라데시, 베트남,네팔,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콜럼비아 등 총 16개국 2,200명 어린이들의 보건위생사업과 교육사업, 환경개선사업, 생계유지와 문화교류를 위해 후원금이 쓰이고 있다. 국내 각계각층의 1천500명 후원자들이 인종과 종교를 떠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 제3세계 가난한 어린이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작은 정성을 보태고 있다.
지난 2일 저녁 대구시 서구 평리동 한 음식점. 이제까지 개별적으로 후원을 신청, 개발도상국 불우 어린이들을 도와온 대구거주후원자들이 보다 조직적인 활동을 모색하기 위해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다. 현재 등록된 대구의 플랜후원자는 모두 34명. 11명이 이날 모임에 참석했다. 대구출신인 이상주 플랜한국위원회 사무총장도 참석해 후원자들에게 플랜을 소개하고, 대구지회의 활동을 지켜봤다.
지난 2월 첫 모임에서 회장에 선임된 신종웅씨는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한 고위 공무원 출신. 그는 1997년 대구시도시계획국장 재직시절 우연한 기회에 후원을 신청, 지금까지 아프리카 카메룬의 아키아라는 어린이를 돕고 있다. 신회장은 이날 모임에서"남을 돕는데 물질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진정한 부자는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구 회원들은 중소기업가에서부터 주부, 공무원, 간호사, 교사,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에서 참여하고 있다. 연령도 20대부터60대까지 다양하다. 부회장에 선임된 김명자씨는 1963년 양친회 시절 직접 수혜를 받은 당사자. 세월을 뛰어넘어 이제 남편 김형이(54)씨와 나란히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받은 은혜를 이제는 되돌려주어야 할 때"라며 "비록 작은 물질이지만 어려운 지구촌 어린이들을 돕는 마음의 표시"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수혜시절 편지로만 서로 소식을 주고받던 미국의 후원자와 몇해 전 한국에서 직접 상봉하기도 했고, 후원자가 타계한 이후 그 자식들과 연락을 지속하고 있어 한 때의 인연이 대물림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직접 후원 아동의 나라를 방문하는 우리측 회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도 어려운데 외국 원조가 웬말이냐"는 반응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는 뜻에 너와 나가 따로 없지 않은가라는게 플랜한국위원회측의 반문이다. 아직 단체의 지명도가 높지 않아 활동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점차 후원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플랜의 후원자가되면 도움을 주는 지역의 어린이와 결연, 서로 편지와 카드를 주고 받으며 대상 어린이에게 격려와 용기를 북돋워주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점에서 플랜의 의미가 깊다고 이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플랜 대구지회 회원들은 어버이날, 월드컵 등 큰 행사와 때맞춰 플랜의 활동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 활동과 자선음악회 등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또 후원자가 한 명의 후원자를 찾아가고, 학교와 기업체 등 기관단체와의 결연 등 후원개발에 비중을 둘 방침이다. 이런 활동이야말로 과거 우리가 받았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결초보은(結草報恩). 한 때 도움을 받았던 처지를 잊지 않고 되돌려주고 있는 플랜한국위원회 대구지회 회원들의 정성에서 '지구촌은 하나'라는 말이 결코 가벼운 구호가 아님을 실감케 하고 있다. www.plankorea.or.kr(080-980-9809)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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