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융은 그에게 찾아오는 환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임상적으로 신경증 때문이 아니라, 삶의 공허와 무의미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 공허하지도 무의미하지도 않는 하루, 그 하루는 어떤 하루가 되어야 할까?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출연하는 한 TV프로그램을 보신 분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할아버지는 주어진 단어를 설명하고 할머니는 그 단어를 맞추는 코너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할아버지께서 설명해야 하는 단어는 '천생연분'이었다. 이 단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참으로 쉽지 않는 노릇이었다. 할아버지는 결국 '나와 당신과의 관계와 같은 것'으로 '천생연분'을 설명하셨다. 그때서야 할머니는 알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셨다. 그러나 그것은 뜻밖의 대답이었다. "원수!" 이 대답에 놀란 할아버지는 다시 설명을 하신다. "아니, 넉자로 된 말로!" 그래서 다시 고쳐서 대답을 하셨다. "평생 원수!"
우리가 천생연분으로 생각했지만 원수와 같은 삶을 살았다면, 하루 하루를 살아왔던 지난날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 하루의 삶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천지 창조에 관한 기사대로 하루를 이렇게 생각한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구나'. 그들의 개념은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었으니 하루가 끝났구나'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개념과는 분명히 다르다.(창세기에는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둘째 날…여섯째 날)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하루에 대한 개념은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하루가 시작되니 일을 하자'.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가 끝났으니 쉬자'라고 생각을 한다.
하루의 개념은 이처럼 '시작'과 '끝'으로 나누어진다. 우리에게 공허하지도 무의미하지도 않는 하루는 끝나는 하루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하루, 시작하는 하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춘길(경일대교수.섬유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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