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서 소위 '아줌마 부대'의 파워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아줌마 부대는 정규 미술대 출신이 아니고 취미로 미술을 시작, 화가로 입문한 기혼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대구미술협회에는 '아줌마 부대'가 몇년전만 해도 몇명에 불과했지만, 최근 들어 30, 40명에 달할 정도로 그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미협 관계자는 "미대 졸업자가 아닌 경우 12년동안 빠짐없이 그룹.개인전에 참가해야 회원 자격이 부여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또 일요화가회, 사생회 등 여러 모임에서 활동하며 화가를 꿈꾸는 예비군의 숫자도 수백명을 넘고, 일부 모임의 주부 회원들은 누드 드로잉, 수채화 등에서 기존 화가들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들 중 일부는 왕성한 활동을 벌여 유명화랑 기획전, 해외 아트페어에 초대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월 갤러리M에서 연 여섯번째 개인전에서 호평을 받은 양성옥(54)씨가 대표적이다.
40대 중반에 미술에 입문, 4수(修)끝에 미술대 대학원을 나온 그는 2년 연속 프랑스의 한 화랑에 초대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 외에도 여러차례 개인전을 열거나 공모전에서 큰 상을 차지하는 등 자신의 입지를 착실히 다져가는 이들도 몇몇 있다.
이들의 약진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화단의 폭과 다양성을 넓혔다"는 긍정적인 반응에서부터 "화단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까지 다양하다.
30대 초반에 그림을 시작, 두차례 개인전을 연 40대 여류화가는 "그림이 너무 좋아 가족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기존 화가들보다 몇배의 노력을 했다"면서도 "정규 미술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미생 정도로 대접하는 화단 풍토에 실망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학교 선후배 등을 앞세우는 현실에서 화단의 문턱이 너무 높고 폐쇄적이라는 얘기다.
반면 일부 화가들은 이들의 활동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물론 전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채 닦이지 않은 실력으로 개인전을 열어놓고 친지 친구 등에게 헐값으로 수십점씩 파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선생이나 다른 작가들이 대신 붓질을 해준 듯한 작품을 자신의 것이라고 내놓는 것도 가장 큰 문제입니다".
또다른 화가는 "이들의 상당수는 얼마전만 해도 미술애호가나 컬렉터였다가 화가로 변신한 계층"이라면서 "이로 인해 판매처를 잃은 화가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어쨌든 이들의 활동이 우리 미술계의 저변과 폭을 넓혀주면서 미술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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