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작은 누나가 엄마보고

엄마 런닝구 다 떨어졌다.

한 개 사라 한다.

엄마는 옷입으마 안 보인다고

떨어졌는 걸 그대로 입는다.

런닝구 구멍이 콩만하게

뚫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대지비만하게 뚫어져 있다.

아버지는 그걸 보고

런닝구를 쭉쭉 쨌다.

엄마는

와 이카노.

너무 째마 걸래도 못 한다 한다.

엄마는 새걸로 갈아 입고

째진 런닝구를 보시더니

두 번 더 입을 수 있을 낀데 한다.

-배한권 '엄마의 런닝구'

어린이가 쓴 시이다. 사투리도 그대로 쓰여 훨씬 정감이가고 웃음이 돈다. 둘째 연의 '대지비'는 대접(그릇)을 말한다. 우리나라 어린이 글쓰기는 너무 공상적이며 신데렐라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그만큼 현실에서 멀어져있다는 이야기이다. 어른문학, 어린이문학 할 것 없이 자신의 삶의 현실에서 출발해야 진실된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의 내용처럼, 저렇게 우리를 키우신 '어머니 날'이 내일 모레이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