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경주 승부가른 '퍼트'

최경주(32)가 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은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도 흔들리지 않은 퍼팅에 있었다.

이날 최경주와 우승을 다투던 선수들도 모두 짧은 퍼트를 놓치며 선두권에서 떨어져 나갔다.

최경주를 1타차로 추격하던 신예 브라이스 몰더(미국)는 10번홀(파4)에서 2m 남짓한 파퍼트를 실패한 뒤 엄청난 '재앙'을 맞았다.

무심코 친 1m짜리 보기 퍼트가 너무 센 탓인지 그만 홀 턱을 맞고 흘러 내렸다.정신을 차진 몰더는 신중하게 라인을 살핀 뒤 더블보기 퍼트를 시도했지만 볼은 홀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갔다. 어이없는 4퍼트로 트리플보기. 최경주와 4타차로 벌어지며 우승의 꿈을 접었다.

한때 최경주와 공동선두를 이뤘던 마이크 스포사(미국) 역시 짧은 퍼트 실수로 기회를 날렸다.

11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린 스포사는 이글 퍼트를 실패한데 이어 1m 가량의 버디 퍼트마저 빗나갔고 다시 공동선두로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스포사는 이어진 12번홀(파3)에서 3퍼트로 무너져 2위조차 지키지 못했다.

최경주에 각각 4타와 5타차로 뒤진 채 최종라운드에 돌입, 1타차까지 쫓아온 크리스 디마르코와 데이비드 톰스(이상 미국)도 번번이 5m 이내의 버디 찬스를 놓쳐 역전 우승의 희망을 살리지 못했다.

특히 지난 대회 챔피언 톰스는 16번홀(파4)에서 1m가 조금 넘는 파퍼트를 실수한 뒤 보기퍼트마저 실패, 더블보기를 저지르는 망신으로 공동9위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최경주는 달랐다.아이언샷이 기가 막히게 그린에 척척 떨어진 탓도 있지만 최경주는 어떤 위기에도 동요없이 퍼트를 성공시키는 배짱을 과시했다.

8번홀(파3) 벙커샷에 이은 파퍼트가 그랬고 12번홀(파3), 14번홀(파4)에서 맞은 보기 위기를 벗어난 것도 굳건한 퍼트로 파를 지킨 때문.

또 찬스가 오면 어김없이 버디로 연결시켰다.7번홀(파4)에서 내리막 버디 찬스를 살린 최경주에게는 행운도 따라 줬다.

추격자들을 따돌린 실마리가 된 11번홀(파5) 버디 퍼트는 6m의 만만찮은 거리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뒤섞여 자칫 3퍼트 위험이 도사린 곳이었지만 그대로 홀인됐다13번홀(파4)에서 맞은 1m 버디 찬스도 놓치지 않았고 이는 승부에 쐐기를 박은 셈이 됐다.

최경주가 이날 놓친 유일한 짧은 퍼트는 2위와 5타차로 멀찌감치 달아난 뒤에 맞은 마지막 18번홀(파4) 뿐이었다.

최경주의 4라운드 퍼트는 26개였으나 우승을 다퉜던 선수들은 몰더(28개), 디마르코(28개), 톰스(29개), 스포사(30개), 댄 포스먼(32개) 등 모두가 최경주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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