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 대선, 시라크 82% 득표

◇시라크 재선 성공=자크 시라크(69) 프랑스 대통령이 5일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73) 국민전선(FN) 당수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우파인 시라크 대통령은 80%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이날 선거에서 96%가 개표된 가운데 81.9%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18.1%를 얻는데 그친 르펜 후보를 제쳤다. 이러한 투표결과는 시라크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라기 보다 프랑스의 모든 정치세력이 극우성향의 르펜 후보에게 거부감을 보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향후 프랑스 정국 전망=대선을 마무리한 프랑스 좌우 정치권은 다음달 9, 16일 실시되는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당은 좌우파가 맞대결하는 총선이야말로 '3차 투표' '진정한 결선 투표'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며 우파는 비효율적인 좌우동거(코아비타시옹)를 피하려면 시라크 진영인 우파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파 바람이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 577개 선거구 중 약 200 군데서 극우파가 좌, 우파와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좌파나 우파가 후보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극우파가 총선 2차 투표에 진출, 당선될 가능성도 적지않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기관인 CSA는 다음달 총선에서 보수파 정당들이 295석을 얻어 258석을 얻는 좌파연합에 승리를 거둘 것이며 르펜의 국민전선은 불과 2석만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대선 무얼 남겼나=프랑스 대선은 극우파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프랑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많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개혁에 실패해 프랑스가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상실할 경우 이번 르펜 바람은 앞으로 더 큰 사회 폭발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프랑스는 경제성장과 사회복지를 적절히 조화시켜 유럽연합(EU)안에서 민주주의의 모델로 통했다. 이민에 상대적으로 관대하고 이민자들의 주류사회 통합도 비교적 순조로와 이민 분야에서도 모범으로 통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치안, 실업, 이민 등은 서로 맞물려 있어 유기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땜질 처방만 내놓아 정치 무관심과 혐오를 낳았으며 극우파를 부상시키는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했다.

대선 1차투표 결과 극우파는 저소득층, 실업자, 이민자가 많은 프랑스 북부, 동부 지역을 따라 실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민반대를 최우선시하고 있는 극우파가 단순한 인종주의가 아니라 빈곤, 실업 등 현실 문제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는 이민 문제를 빈곤, 실업과 함께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프랑스는 비효율적인 좌우동거 정부를 피하기위해 지난 2000년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대선과 총선의 순서를 바꿔 대선을 총선보다 먼저 실시하는 제도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개헌 후 처음 실시한 이번 선거에서 또다시 좌우동거정부 구성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미 3번이나 등장했던 좌우동거 정부는 경제자유화, 실업, 복지 등 중대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개헌을 통해 영국식 의회주의와 미국식 대통령중심제를 혼합한 이원집정제식 권력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제6공화국을 출범시켜야 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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